'법인화 반대' 서울대생, 정문서 고공시위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생이 정문 꼭대기에 올라 고공시위(사진)를 했다. 법대 4학년 오준규씨(23)는 22일 오전 4시 '법인화법 폐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높이 12m의 정문 철제 구조물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오씨는 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의 운영위원으로 지난 6월 대학본부 점거농성에도 참여했다.
오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법인화법 폐기를 위해 비상총회도 했고 본부 점거까지 했는데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아 고공농성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부담을 민간으로 넘기고 싶지만, 국민들이 이에 분명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학교와 정부의 법인화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이를 폐기할 방법은 잘 보이지 않아 학생들이 지친 상태"라며 "이런 모습이 법인화법 통과 과정의 부당성을 은폐하고 서울대 구성원들이 법인화에 합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국회에 지금까지 여러 차례 법인화 반대의사를 전달했지만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국회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휴대전화와 물, 옷 몇 벌만 들고 올라갔다. 오씨는 "바람이 불고 약간 피곤하긴 하지만 몸은 괜찮다"며 "대학본부로부터 법인화법 폐기에 유의미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지만 변수가 많아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11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인화법 폐기 동맹휴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씨의 고공시위로 이날 아침 소방차가 출동하고 정문 아래에 두께 2m가량의 에어 매트리스가 설치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구례군 주민들이 지리산 학술림의 서울대 무상 양도에 반대하며 정문에서 고공시위를 하기도 했다.
<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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