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시달리는 고교생들
발병률 성인보다 2배 높아…"학업 스트레스 가장 크다"
[세계일보]
입시 중압감에 생을 포기하는 고교생들의 사연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대학 진학 스트레스로 고민하던 학생들은 가슴속에 우울과 분노를 쌓아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줄 상담이나 병원치료가 있었다면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혼자 꿍꿍 앓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는다. 이렇듯 입시 스트레스가 고교생들의 정신건강을 얼마나 해치는지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강원 양구고가 14일 양구군과 인제군, 경기 수원시 등 4개 지역 일반계 2∼3학년 고교생 259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의 화병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화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성인들의 화병 비율 4%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설문 대상 학생의 74.6%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학업에 의한 스트레스가 82.2%를 차지했다. 화병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가운데 무려 26.3%가 화병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학생들의 화병 발생률은 높지만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도한 학생은 2.3%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화병을 방치하는 이유는 국내 정신과 병원의 이미지가 부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은 화병을 방지하려면 입시생의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상담, 치료 프로그램들이 학교에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병은 한국에서 발견돼 국제적으로 인정된 질환이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95년 화병(Hwa-Byung·火病)이 신경정신질환으로 한국인에게 독특하게 나타나는 민속문화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이라고 인정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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