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공계생들 "약대(藥大) 가자".. 梨大(자연과학대 3학년)는 30%가 자퇴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2011. 4. 1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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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專院 가기 어려워지자 자격증 있는 약대로 몰려

고려대 생명공학부 3년을 마친 박모(26)군은 학교를 휴학하고 지난 3월부터 강남역 근처 학원을 다니고 있다. 오는 8월에 있을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PEET)을 준비하느라 하루 8시간 강의를 듣는다.

"석·박사 마치고 유학까지 다녀와도 제대로 된 직장 잡기가 힘들어요. 기업에 취직해도 언제 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해하다 보면 금세 은퇴할 시기가 온대요." 군 복무를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박군은 결국 약대 에 가기로 결심했다.

박군은 "지금 1∼2학년생들은 아예 의대·약대 진학을 결심하고 들어오는 것 같고, 3∼4학년생 절반은 의대·약대 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약대 입시 전문학원들도 성황이다. 서울 강남과 지방에서 10여개 약대입시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유준철 대표는 "올해 PEET 수강생이 3000명으로 작년보다 20∼30% 늘었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공계 학생들이 요즘 약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전에는 이공계 출신이 의사가 되려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많이 갔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이 속속 의대로 전환되면서, 다른 전공 출신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갈 문이 좁아지자 이제 6년제 약학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6년제 약학대학은 다른 대학에서 학부 2년을 마쳐야 입학이 가능하다.

6년제 약대가 시행되면서 이공계 가운데 특히 화학·생명과학 관련 학과 학생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연세대 생화학과에서는 2학년을 마친 학생 30명 중 7명이, 서울대 농생명공학계열(80명 정원)은 10명이 약대 진학을 위해 자퇴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부(270명 정원)에선 15명, 중앙대 생명과학과 3학년생(정원 75명) 5명도 약대로 옮겨갔다.

여학생이 선호하는 직업이 약사이다 보니 여대 이공계의 학생 유출은 더 심각하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에서는 3학년 300명 학생 중 88명이 올 초 자퇴했다. 거의 한 학년 3분의 1에 이르는 학생에 빠져나간 셈이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김성진 학장은 "과학자는 마다하고 모두 약사만 되겠다는 건지, 가르치는 교수도 남은 학생들도 허탈하다"고 했다. 김 학장은 "이렇게 학부 중간에 학생들이 빠져나가면 교과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면서 "약대 진학에 필수가 아닌 화학 실험 강의는 6개 클래스 중에 4개가 폐강됐다"고 말했다. 학부 4년을 마치고 진학하던 의학전문대학원보다 학부 중간에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약대 6년제가 이공계 학생의 이탈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는 "학생들이 진로문제로 엄청나게 고민한다"면서 "약대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만류할 길도 막막하다"고 했다.

전망이 밝다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리를 얻어도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서 '자격증'이 있는 약대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약대 이경림 학장은 "약대 입시에서 학점과 PEET 성적이 중요하다 보니, 1∼2학년 때 쉬운 과목만 집중 수강해서 학점을 올리거나, PEET 준비만 열심히 했던 일부 학생들은 약대 수업을 따라가는 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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