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잡대라고? 그래 '지잡생' 할 말 있다"

2011. 3. 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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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지잡대'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지잡대'는 '지방에 있는 잡 대학들' 이란 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즉 지방에 있는 대학들을 낮춰 부르는 속어인 것이다. 이 말을 본 순간 지방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필자는 순간 화가 났다. 그럼 지방에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은 '지잡생(?)'인 것인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지잡생(?)이 된 소위 지잡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 만남

이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총 3명, 대구에서 부산으로 유학 온 박진아(21), 필리핀 교환학생을 다녀온 차민희(22),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두 서울권 대학을 다니는 최세영(23)이다. 부산대학교 앞 피자집에서 모인 그녀들은 피자를 먹으며 지방대 학생으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2. 그녀들 분통터지다. "대구에 지하철이 있나고? 야! 대구에 지하철 참사 났었거든?"

- 필자(이하 생략) : 지방에 있는 대학을 인터넷에서 '지잡대'라고한다. 지잡대 학생이 된 느낌 어떤가?

민희 : 다들 지잡대거리는데 그 지잡대의 기준이 도대체 뭐지?

- '지방' 이라는 것이 기준이라고 한다.

세영 : 우와 대박! 내가 들어본 말 중에 서울 중심적인 생각을 보여주는 종결어인 것 같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서울만 잘난 줄만 아는 것 같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면 늘 묻는 말이 부산에는 지하철이 있냐는 말이다.

진아 : 서울사람들은 지방이라고 하면 다 '촌'으로 생각하더라. 저번에 서울 가서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까 나한테도 대구에도 지하철이 있냐고 묻더라.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말해 줬다. "야. 대구에 지하철 참사 났었거든!"

"대구에 지하철 참사났던 곳이거든?" 인터뷰에 참가한 박진아(21, 부산대)학생

민희 : 그런 거 말고도 방송에서도 이러한 편견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방송에서 나오는 범죄자들의 유형만 봐도 똑똑한 사이코 패스는 서울말을 쓰고 우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그래서 깍두기는 늘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더라. 서울사람들 생각에 경상도사람은 다 우발적이고 무서운 사람인건가.

#3 .그녀들 복수하다. "서울 애들은 그렇게 머리가 나쁜가 "

- 그럼 반대로 지방에 사는 우리가 느끼는 서울을 말해보자

세영: 아무래도 정보가 많은 곳인것 같다. 정보라는게 취업문제에서는 중요하니까. 마케터나 기자단 이런것만해도 붙는 조건이 다 '서울 지역 대학생'이더라. 서류내서 1차 합격해서 면접가면 처음 묻는 말이 그거다. "부산 출신인데 가능해요?" 참여율 때문에 이런 조건이 붙는다는 건 알지만 야속하더라.

진아 : 서울은 즐길게 너무 많은 곳이다. 소극장이나 미술관, 라이브 카페같은게 많으니까. 매일매일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놀면 좋을 것 같다. 부럽다.

-그럼 반대로 자신이 느끼는 서울보다 지방이 좋은 점은?

세영: 가난해도 당당한거? 서울은 가난하다는 기준이 지방과 다른 것 같더라. 서울에서 사는 친구한테 이야기 들어보니까 명품백에 신경 되게 많이 쓰더라. 부산에서 명품백이나 이런거 없어도 다들 당당하지 않나. 또 드라마 < 정글피쉬 > 나 < 공부의 신 > 등을 보면 서울 애들이 공부에 정말 미쳐있는 것 같다. 친구들한테 노트 필기 안 빌려주고 몰래 교과서 찢고 무섭더라. 아마 드라마라 오버되서 표현된 거겠지만.

민희 : 그런거 보면 좀 웃기는 생각이긴 하지만 '서울 애들은 그렇게 머리가 나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우리는 느긋하게 공부해도 서울 갈 애들은 서울 가는데 그런 드라마에 보면 서울아이들은 치열하게 하니까.

"드라마 속 서울 아이들은 참 치열하게 살아요" 인터뷰에 참가한 차민희(22, 부산대)학생

진아 : 난 친구들보면 너무 민감하게 살고 있다고 느껴지더라.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표현하니까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4. 그녀들 답답해하다. "저 멀리서는 피터지게 경쟁을 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 그렇다면 정말 지방대가 지잡대라고 생각하는가.

진아 : 내생각에는 입학하는 애들은 서울권에 비해 절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다들 서울권 대학 갈 수 있지 않았나?

- 그렇다면 왜 'in 서울'하지 않았나

세영 :일단 비용문제가 제일 크다. 비용문제를 다 따져보니 일년에 총 이천만원이 드는데, 그 돈을 다 감수하면서 까지 서울에 올라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민희: 대학 면접을 보려고 서울을 올라갔었는데 그 시간 동안 무섭더라. 서울에 연고가 없으니까 마치 망망대해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 자신이 생각하는 서울권 대학과 지방의 대학의 다른 점은?

세영: 수업의 질적인 측면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이야기를 들으면 서울 쪽 대학의 수업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친구가 국문학과인데 거의 모든 수업이 토론식이고 팀 과제이더라. 반대로 지방쪽 대학의 어문계열은 다 교수님이 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식이니까.

"서울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업 방식이 달라요" 인터뷰에 참가한 최세영(23, 부산대)학생

민희 : 특히 인문학을 배우면서 지방의 대학은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서울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전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변화한다는 것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내 생각에 이러한 변화가 대학들이 모여있으면서 생겨난 것 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모여서 경쟁을 하니까. 하지만 지방에는 대학들끼리 모여있지도 못할뿐더러 서로 경쟁자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저쪽에서는 피 튀기게 경쟁을 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멀리 떨어져서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답답하다.

진아 : 서울 쪽 대학은 기업과 많이 연계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취업적인 부분에서 많이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서울에 많은 기업이 있고 서울권 대학생들이 서울의 기업에 지원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 많이 지원해 주는 것 같다.

#5. 그녀들 기대한다. "제발 서울 따라할 생각안하길!"

- 지방대가 더 나아질려면?

민희: 서울을 따라하는 정체성이 없는 대안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지역만을 특성을 살려서 나아가는 방향이였으면 좋겠다. 지방대가 그 지역성을 잃는다면 그 장점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오사카대를 봐라. 얼마나 승승장구하고 있는지

진아: 대학과 그 대학이 있는 지역과의 연계도 중요한 것같다.

세영: 정말 동감된다.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부산에 있는 방송국에 들어갈꺼야'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지방 방송국에서 뽑는 사람들은 서울권에 있는 대학생들이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부산에 남아 있었던 것이 잘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마지막으로 지잡대라는 말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진아 : 모든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개나 소나 대학을 가고 개나 소나 대학원으로 가서 박사학위를 따는 상황인 것 같다. 대학을 안 나와도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세영, 민희 : 완전 동감이다.

임해리/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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