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시험이 사라진 군포 한얼초 현장을 가다

이상미 2011. 1. 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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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무상급식에 이어 혁신학교 모델로 '진보 교육감'들이 똘똘 뭉쳤다. 4년 임기가 끝나는 2014년, 세상은 그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과연 성공한 교육감이 될 수 있을까?

맏형 격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등 6명 진보교육감의 4년 성적표는 '혁신학교'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먼저 '혁신학교'를 시도해 인기몰이에 나선 곳이 경기도교육청이다. 혁신학교로 전입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전세값이 오른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의 열풍이 거센 만큼 오해도 깊다. 혁신학교를 또 다른 명문 사립학교나 대안학교로 착각해 기대를 가지고 보냈다가 실망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한얼초등학교(교장 최선희)를 찾아 '혁신학교는 도대체 무엇이며, 올해 우리 교육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밀착 취재했다.

◆시험이 사라진 학교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학교. 대신 수업시간마다 선생님이 그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로 평가한다.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선생님이 만든 문제가 스크린에 뜨면 아이들은 각자 자기 책상에 설치된 패드에 답을 입력한다. 단답형이나 객관식 문제는 컴퓨터가 채점하고, 서술형 문제는 선생님이 채점해 점수를 입력한다. 입력된 점수는 매일매일 쌓여서 정확하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준다. 이는 먼 미래의 교실 모습이 아닌 현재 혁신학교의 모습이다.

한얼초에서는 올해부터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이 같은 평가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병한 교감은 "현재 웹(Web) 기반 상시평가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답 입력, 채점, 분석 작업은 컴퓨터가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학생들은 1년에 4번씩 치르는 암기 위주의 시험으로부터 해방된다. 대신 매 시간 배운 내용을 바로 평가받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게 된다. 선생님은 학생들 각각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누가 어느 단원에 취약한지도 알 수 있어 세심한 학습지도가 가능해진다. 또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시험 대신 다양한 평가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학부모 역시 프로그램에 접속해 아이의 학업성취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혁신학교에서 시작되는 변화

바뀌는 것은 평가방식만이 아니다. 교육여건·학교문화·수업방식도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한얼초에 근무하는 이선아(36)선생님은 "교사를 교실로 돌려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업 외 업무를 처리해왔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으로 보조인력을 채용해 선생님들의 수업 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교사를 교실로 돌려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변화는 바로 현저히 낮아진 학급당 학생 수다. 혁신학교는 학급 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장한다. 물론 최근 급증하는 전입학생들로 인해 학급 당 학생 수가 치솟은 몇몇 학교도 있지만, 한얼초는 18~2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선생님은 "경기 남부의 학급당 학생 수는 35~40명 수준이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 들이는 시간과 관심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학급 당 학생 수가 적으면 아이들을 한 명씩 돌볼 수 있기 때문에 교감과 대화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생활지도가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아이들과 선생님의 접촉도 긴밀해져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한얼초에서는 학부모와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이 학교는 두 달에 한번씩 '학부모 포럼'을 열어 다양한 교육활동에 대한 의견을 학부모와 나눈다. 1년에 4번씩 상담시간을 마련해 학부모과 교사의 소통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교육여건과 학교문화가 바뀌자 창의적이고 독특한 수업 혁신이 가능했다. 한얼초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오감이 살아있는 체험학습'활동에 푹 빠진다. 목공, 한지공예 등 손으로 만들고 꾸미는 활동, 수영, 스케이트, 스키 등 체육활동, 합창, 뮤지컬, 연극 등을 중심으로 6~7주 과정의 체험활동에 참가한다.

수업방식에 있어서도 1ㆍ2학년,3ㆍ4학년,5ㆍ6학년으로 묶어서 학년군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해왔고, 40~80분간 탄력적으로 수업시간을 활용하는 '블록 수업'방식이나 1인 1주제를 정해 스스로 탐구학습을 하는 '프로젝트 학습' 등 다양한 시도를 모색해 왔다.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시작점

한얼초의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학교 자체조사 결과, 교과 교육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학생 90.4%, 학부모 97.3%, 교사 100%로 나타났다. 학년군 교육과정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상시평가 시스템 등 교육과정 만족도 역시 학생 91.9%, 학부모 88.5%, 교사 100%로 높게 나타났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기대가 만족도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열풍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이선아 선생님은 "혁신학교가 유행처럼 붐을 이루었다가 잘못된 기대감으로 한순간에 망가질까봐 걱정이 앞선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공교육 범위 내에 있는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이 다른 학교들과 180도 다를 순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학교가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교감 역시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까지 훌륭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그러자면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분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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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기자 ysm1250@<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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