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자유·체벌금지..아이들이 밝아졌다

2010. 9. 26.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생활규정 자율개선 뒤 징계↓ '자기 주도 학습'↑

"자유롭게 놔두면 버릇없다는 건 어른들 편견일뿐"

[학생 인권의 시대] '학생 인권 보장' 학교 가보니

쫄쫄이 교복 바지를 입은 더벅머리 남학생, 긴 머리에 짧은 치마로 한껏 멋을 부린 여학생들로 학교는 생기가 가득했다. 외국의 학교도, 대안학교도 아니다. 지난 14일 찾은 공립중학교인 경기 고양시 덕양중학교의 3학년 교실 풍경이다.

내년 3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내 2천여개 초·중·고교에서 '학생 인권조례' 시행을 앞두고 교육계 등에서 우려와 환영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미 체벌 금지와 두발 자유화 등 학생 인권조례의 내용을 시행중인 학교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혁신학교로 지정된 덕양중학교는 2년 전 이미 조례 수준으로 '학생 생활규정'을 바꾼 뒤 학교가 '180도' 달라졌다. 전교생 135명, 서울 경계에 위치한 덕양중의 규정 개정에는 학부모·교사·지역사회 대표 등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했다. 김삼진 교장은 "학생 스스로 규정을 만들면 자존감과 책임감이 생기고 이런 과정 자체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학생을 키워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논란이 컸던 것은 역시 '두발 자유'. 학생들은 길이와 파마, 염색의 모든 자유를 요구한 반면, 학부모들은 건강상 이유로 파마와 염색을 반대했다. 수차례 토론 끝에 두발을 자유화하되 파마나 염색은 '불가'로 뜻을 모았다. 격렬한 토론과 합의 과정은 교내에 방송됐고 모든 학생들이 이를 지켜봤다.

그리고 2년, '규정을 고치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2007년 22건이던 학생 징계 건수는 2008년 1건, 2009년 5건으로 줄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교사들의 지도방식은 징계보다 '상담' 위주로 바뀌었다. 이 학교 생활복지부장 이병주 교사는 "과거에는 학생에게 규정 준수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면, 지금은 '너희가 만든 규칙이지 않냐'며 학생 지도방식도 바뀌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학 온 3학년 이슬(15)양은 "이전 학교에서는 귀밑 3㎝를 넘은 학생을 선생님들이 미용실에 데려가 잘랐는데 이제는 그런 실랑이 없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윤정민(15)양은 "검정색 머리가 싫어 방학 때는 갈색으로 염색했다가 개학 때 다시 바꾼다"며 "파마나 염색이 학생 본분에 벗어난 것도 아닌데 개성을 존중해달라"고 당차게 말했다.

같은 날 찾은 경기 용인시 흥덕고. 올 초부터 학부모·학생·교사가 합의해 체벌 금지와 두발 자유화 등 개정된 생활규정을 시행중이다. 이 학교는 교내흡연 등 잘못이 한두 차례 적발되면 담임 교사와 매주 월요일 1시간씩 운동장을 함께 걷고 3회 적발되면 등산한다는 '체벌 대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교사들의 자발적 결정이었다. 이 학교 학생자치회 이상우(17) 회장은 "선생님과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면 죄송한 마음에 학생들이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시행 초기에 불안이 전연 없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자유로워지면서 화장하고 귀걸이를 단 채 등교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학생자치회 박보현(17) 부회장은 "한 학기가 지나니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학생 스스로 염색도, 화장도 포기하더라"며 "자유롭게 놔두면 공부 안 하고 버릇없게 된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학부모 심정은 어땠을까? "학기 초에는 솔직히 아이 성적이 떨어질까 불안했다"는 학부모 임익군(44·여)씨는 "염색했다고 불량아도 아니고, 자율을 주니까 오히려 책임감과 함께 자기 주도 학습 능력도 더 생기는 것 같아 이제는 안심"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수원 고양/홍용덕 박경만 기자 ydhong@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공식 SNS 계정: 트위터 www.twitter.com/hanitweet/ 미투데이 http://me2day.net/hankyoreh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