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명 모집에 외국학생 10여명..내국인 북적 '무늬만 국제학교'

박준철 기자 2010. 8. 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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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앞둔 대구국제학교·인천 '채드윅'입학 쉽고 외국인 투자유치 부진 영향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국제학교가 외국학생은 거의 없는 내국인들의 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오는 23일 개교 예정인 대구국제학교는 지난 6월 195명의 학생을 모집했지만 외국인 학생은 1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국학생 157명과 이중국적자 22명 등이다.

이중국적자(11%)의 경우 한국 국적이면서 다른 나라 국적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 외국학생 수는 전체 학생 수 가운데 8%에 불과한 반면, 내국인은 절대 다수(8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는 361개 외국기업의 외국인 5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국제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인 셈이다.

대구국제학교는 미국 메인주 리 아카데미(Lee Academy)가 투자했으며, 졸업생은 리 아카데미 졸업장을 받게 된다. 내국인의 경우 국어와 국사과목을 연 102시간 이수하면 국내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전체정원은 580명(유치원 80명, 초등생 250명, 중학생 150명, 고교생 100명)이지만 올해는 우선 195명만 뽑았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대구국제학교 경쟁률은 평균 3.5 대 1로 선발 당시 내국인들간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9월7일 개교하는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든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 학교는 총정원이 2080명으로, 지난 6일 1차로 280명(유치원생 40명·초등생 200명·중등생 40명)을 선발했다. 학교 측은 정확한 내·외국인 학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곳도 외국인 입학생은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이 무려 9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 입학생 중 상당수는 이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교사 35명의 자녀들이며 외국투자기업 소속 외국인들의 자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입학생 가운데 외국학생 수는 10∼20명이며 이 중에는 외국인 교사 자녀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내 국제학교가 내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무늬만 국제학교'가 된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입학자격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2003년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33개 외국기업에 외국인은 단 651명만 체류 중이다. 송도·영종·청라지구를 모두 합해도 상주 외국인은 1334명이 전부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지역에는 채드윅 이외에도 송도 1·영종 2·청라 1 등 모두 5곳에서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국제학교는 외국인 정원의 5% 내에서 내국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국적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2011년까지 설립 승인을 신청한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내국인 입학생 비율이 5년 동안 정원의 30%까지 보장됐다. 게다가 일반 외국인학교와 달리 해외 체류 3년 이상이란 자격 제한이 없고, 면접과 필기시험 등을 통해 선발해 영어만 잘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송도에는 국제학교 진학을 전문으로 하는 영어학원이 수두룩하다. 국제학교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김정금씨(40)는 "외국인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해 외자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국제학교가 한국 학생들이 진학하기 위한 또 다른 특목고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설립 초기에는 내국인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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