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밥 먹으니 좋냐?" 지금도 눈칫밥 먹는 학생들이..

김효은 입력 2010. 7. 2. 06:03 수정 2010. 7. 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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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김효은, 김정남 기자]

곽노현 신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진보 교육 실험에 나섰다. 그의 교육철학을 담은 취임준비위원회 보고서엔 그의 핵심공약이었던 무상급식의 비전이 나와 있는데, 내년부터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서울의 모든 중·고등학교에서도 무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돼 있다. 그는 왜 무상급식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서울의 한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학부모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가희(13.가명)는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닌다. 해마다 담임선생님이 바뀌는 3월이 되면 기분이 울적해진다. 계속 무료급식을 받으려면 어려운 가정형편을 증명해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반 친구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망신도 당했다. 담임선생님은 "급식비를 안 내고 밥 먹는 사람들은 손을 번쩍 들라"고 했다. 가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슬며시 손을 들었다. 곧이어 "나라에서 밥도 공짜로 주고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담임선생님의 핀잔이 들려왔다. 조손가정인 가희에게 잘못이 있다면 급식비 4만원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눈칫밥은 그 대가였다.

◈서울서 '눈칫밥' 먹는 아이들 10명 중 1명꼴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3월 현재 서울시내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초등학생은 4만 5494명, 중학생 3만 9534명, 고등학생 5만 8204명으로 총 14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학생 128만여명의 9%에 달하는 수치로, 서울 학생 10명 중 1명꼴로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초생활수급가정을 제외하고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스스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의 경우 소득세와 갑근세, 실직증명서, 보험료 납부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내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장 노동자나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일하는 부모들은 관련 서류를 뗄 시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급식비를 부담하기도 만만치 않다. 급식비 연체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2008년 초·중·고 학생의 학교 급식비 연체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만 6953명에서 2008년 3만 1908명으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월 급식비 4~10만원을 내는 일도 학부모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학부모 김모(여.42)씨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의 급식비로 한 달에 10만원, 1년이면 120만원의 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며 "중산층인 나도 그 돈이 부담스러운데 하물며 어려운 가정 입장에선 어떻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의 김선희 사무처장은 "경제상황 악화로 가장들이 직장을 잃으면서 서민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업무 스트레스'

현재의 선별적 무료급식 체제는 교사들에게도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우고 있다. 서울의 한 공립중 교사 박모(여.45)씨는 "보통 교사들은 3월 초에 새로 맡은 아이들의 인적사항과 기초학력 등을 파악하느라 가장 바쁘다"면서 "이런 와중에 급식 관련 서류까지 받아야 해 굉장히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또 "수업연구는 하나도 못하고 서류만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서류업무에 매몰되다 보니 수업의 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학기 초에는 밤 9시 넘어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일부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서류작업에 매달린다.

박 교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기초생활수급가정이나 차상위계층 외에 어려운 학생들에게 담임교사 재량으로 신청자 선정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예산 지원이 모자라 10명 정도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전했다. 급식 지원을 신청한 아이들을 강제로 탈락시켜야만 하는 현실도 교사들에게 마음의 짐을 더하고 있다.

'덜 가난한 아이들'은 교사 등이 참석한 급식위원회를 통해 제외된다. 이는 지난해 2월 생긴 서울시교육청의 '저소득층 학생 학교급식비 지원 관리 지침'이 생기면서부터 더 심해졌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한 학년별로 신청자의 10%만 무료 급식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답은 '친환경 무상급식'

이런 배경에서 공론화된 것이 바로 '친환경 무상급식'이다. 곽 교육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저소득층에게 한정되는 현행 급식체계는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게 하고 낙인찍히게 만든다"며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아이들에게만큼은 행복한 밥상을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예산이다. 곽 교육감측은 무상급식 시행을 위해 시교육청이 저소득층 무료급식비 등에 지원하고 있는 2295억여원 가운데 절반인 1148억원을 시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각 구청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득 하위 30%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며 전면 무상급식에는 반대하고 있어 예산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선희 사무처장은 "무료급식 지원 대상을 30%로 늘리더라도 학생들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똑같은 차별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눈칫밥 때문에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슬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afric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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