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곪은 게 터졌다" 교육계 패닉

2010. 3. 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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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리베이트' 교장 157명 적발서울 초교 5개 중 1개꼴 연루… 징계 사태 예고숙박·버스업체서 행사비의 25~30% 리베이트 받아

29일 전ㆍ현직 교장 157명의 리베이트 수수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장학사 매관매직 등 교육전문직 인사 비리와 창호공사 비리, 방과후 학교 비리에 이어 터진 사건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전ㆍ현직 교장이 비리 혐의로 이처럼 무더기로 수사를 받는 것은 전례가 없다. 수학여행, 수련회 등 학교 단체행사 때 특정 업체를 선정해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챙겨 입건된 전ㆍ현직 교장은 53명으로 이 가운데 48명이 현직이다.

이들 외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전ㆍ현직 교장도 104명에 이른다. 이들 157명 가운데 130여명이 최근 인사비리와 시설공사 비리로 곤욕을 치른 서울시교육청 소속이며, 149명은 초등학교 교장이다. 특히 서울지역 초등 전ㆍ현직 교장이 120명으로, 서울 지역 초등학교 5개 중 1개 꼴로 교장이 비리에 연루된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수학여행과 수련회 관련 비리를 수십년 동안 지속돼 오던 고질적 병폐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업체가 교장들에게 제공한 리베이트는 유스호스텔의 경우 학생 1명당 2박3일 숙박에 8,000~1만2,000원, 버스업체는 대당 하루에 2만~3만원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제공한 리베이트는 행사비의 평균 25~30% 수준"이라며 "이 비율에 따라 분기별로 행사내역을 정산해서 교장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뒷돈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업체와 결탁한 교장들이 수학여행 업체로부터 관행적으로 뒷돈을 챙겨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수십년간 곪았던 것이 이제야 터졌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로부터 수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 문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대적인 교장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수 금액이 4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에 달해 경중을 따져 봐야겠지만 상당수 교장이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1월 교육 비리가 잇따르자 금품수수, 횡령, 성폭력, 성적조작 등 4대 비리 관련자에 대해 한 번만 적발되어도 즉각 직위해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해임 등 중징계가 가능하다.

일선 학교장의 '제왕적 권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학여행 업체 계약은 물론이고 시설공사 등 학교와 관련된 재정ㆍ행정적 결정 권한이 모두 학교장에게 집중돼 있어 구조적 수뢰 관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도입을 확대할 예정인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교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교육비리 근절책으로 교육감의 권한 축소와 학교장의 자율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교장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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