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국사가 선택이라니..잘못 생각하는 것"

2010. 1.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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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담당자들을 보면 국사 과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당쟁만 했던 우리 국사,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파 성향 국사 과목을 많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 교과서는 2007년 개정 이후 이런 사관들을 상당히 극복했어요"

2009년 개정 교육 과정에서 고등학교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전환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은 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뀌게 된다. 한마디로 한국사를 전혀 안 배우고 졸업하는 고등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옥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이 역사학계 원로로서 역사교육 문제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 위원장은 공식 정책에 대해 교과부와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그는 현재 국사 과목이 홀대받는 것은 부족했던 과거 역사교육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책 입안자들이 과거에 배웠던 역사는 분명 문제가 있었고 그런 까닭에 국사교육 시간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국사 연구의 발전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감수기관으로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인정하고 선조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우리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지금은 교육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사는 뿌리 의식인데 지금처럼 국사교육이 부족해서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타래처럼 꼬인 국사교육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 위원장은 차라리 지금처럼 개정할 거면 중학교 때라도 잘 가르치는 게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에서 국사를 상ㆍ하 2권으로 철저히 가르친다면 고등학교 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하면서 세계사와 함께 교육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교과 과정에서 중학교 역사는 전근대와 세계사 일부를 포함해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더 배울 것을 전제로 교과 과정이 짜여 있는 셈이다.

정 위원장은 "중학교 과정은 그대로 두면서 고등학교 과정만 수정해 버리면 역사교육 체계가 맞지 않게 된다"면서 "중학교도 한국사 일부만 가르치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현 개정안은 큰 문제를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선조들이 국사와 말은 '혼(魂)'으로, 국가는 '백(魄)'이라고 말할 만큼 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확실히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국가의 어려운 파고를 어떻게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과부와 정책 논의는 없었는지 묻자 그는 "주변에서는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논의 과정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개정안이 나온 뒤 건의문을 제출했고 현재 교과부는 일단은 현행대로 가자는 방침인 걸로 안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국사에 대한 대중 인식이 낮은 게 현 역사교육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한국사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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