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3000만원짜리 입학증.. 사립초교 '뒷문경쟁' 장난아니네

2008. 11. 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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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기업 과장 A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쌍둥이 딸의 진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0일 열린 2009학년도 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추첨에서 두딸 중 한명만 입학 자격을 얻었기 때문. 맞벌이를 하는 처지에 한명은 사립, 다른 한명은 공립에 보낼 수 없어 결국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교 발전 기금으로 2000만~3000만원을 내면 입학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미등록 결원이 생길 경우 돈만 내면 우선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 A씨는 "학교 측 관계자가 '쌍둥이를 둔 다른 학부모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같은 방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립초등학교 '뒷문 입학 전쟁'이 치열하다. 올해 사립초등학교 모집에서 4대 1의 경쟁률을 넘긴 곳은 10여 학교. 이중언어 교육으로 이름난 영훈초등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학비에도 불구하고 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추첨에서 탈락한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꿈을 접지 못하고 다른 방법들을 알아보는 데 분주하다. 일부 학교에서 학교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네면 우선 입학이 가능하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기 때문. 일부 학교는 편입학 상담 과정에서 학교 측이 우회적으로 발전 기금을 요구한다고 학부모들은 전한다.

대기업 임원 B씨는 K사립초등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기 위해 학교 측과 상담을 하다 기분이 상했다. B씨는 "학교 관계자가 '워낙 아이들 부모의 배경이 빵빵해 그 정도 아이의 배경으로는 적응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사립학교의 결원 발생시 내규에 따라 처리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일부 학교가 이를 음성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 '2009학년도 국ㆍ사립 초등학교 신입생 모집 전형 요강'에는 '결원보충 방법을 학칙과 전형요강에 명시하여 자율적으로 공개 모집하되, 모집에 따른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하여 민원을 사전에 예방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상담실을 통해 수시로 편입학 상담을 하면서 불투명한 충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는 미등록 등에 대비해 정원의 10~15%를 예비 당첨자로 뽑은 뒤 추첨을 통해 입학 순위를 매겨 놓는 것이 통례"라며 "투명성 보장을 위해 학칙과 모집요강에 충원 방법을 명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사학의 빗나간 자율성을 견제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은 "실제 확인된다면 '초등학교판 기여입학제'라고 할 수 있다.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결원이 생기면 추첨을 통해 공정한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책무를 다하는 범위 안에서 충원이 이뤄지도록 사회가 합의할만한 원칙 하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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