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교육감 대놓고 '교과서 압력'
ㆍ"다양성 보다 국민통합… 특정 교과서 안된다"… '재선정' 보고 지시
서울시교육청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과 관련해 교장·학교운영위원들을 상대로 한 연수에서 특정 교과서를 퇴출시키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시내 240개 고교 교장 대상 연수에서 "특정 교과서는 편향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래세대에게 편향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교과서 재선정 절차에 대한 계획을 보고하도록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특정 교과서 선정 변경 압력=연수에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채택한 학교장 240명과 학교운영위원 250여명이 참석했다. 공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현행 6가지 교과서 중 일부는 역사교육 방향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며 "검정 교과서는 국민통합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뉴라이트 단체 등에서 이른바 '좌편향'이라고 지목한 '금성교과서'도 거론했다. 그는 "특정 교과서는 406건을 수정했음에도 편향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편향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성교과서는 2004~2007년 단순 통계와 문구 수정 등 모두 406건을 보완한 바 있으며 서울 소재 119개 고교가 사용하고 있다.
◇"교장이 나서 교과서 바꾸라"=연수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균형잡힌 교과서' '올바른 역사의식' '확고한 국가관' 등이었다. 담당 교사, 학운위 결정과 다르더라도 교장 권한으로 교과서 선정을 새로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는 특정 교과서를 이미 주문했더라도 교장이 수정하라는 얘기다. 내년 1학기 고교 2~3학년이 배우는 근·현대사 교과서 주문은 학교별로 이미 끝난 상태지만 이달 말까지 주문을 변경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심은석 학교정책국장은 "(교사·학운위의) 심의결과와 다르게 선정할 경우 관할청에 서면으로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조항 때문에 그냥 선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독소조항으로 교장들이 좋은 교과서를 선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사와 교장의 의견이 다를 경우 교육청에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교육 당국자들의 발언은 인사권과 예산을 손에 쥔 교육청이 일선 학교를 상대로 '특정 교과서에 대한 주문을 철회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장이 교과서 수정 주문을 강행할 경우 일반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돼 학내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및 해외 역사학계 교수·교사·대학원생 676명은 이날 "정치적 목적하에 진행되고 있는 교과서 수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선언을 발표했다.
<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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