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 비웃는 고려대

2008. 11. 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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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시2학기 일반전형에서 '고교 등급제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에 따라 올해 정부로부터 입시감독권을 넘겨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해명을 요구했으나 고려대 측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고려대의 자료제출 없이는 대교협 차원의 조사 착수 및 징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입 자율화'의 취지가 원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달 27일 정기이사회에서 고려대에 소명자료 제출을 결의한 뒤 수 차례 제출을 독촉했음에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9일 대교협 학사지원부 관계자는 "고려대 측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문서화'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대교협으로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교협 관계자는 "고려대가 내부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개는 꺼리고 있다"며 "시간을 계속 끈다면 대학에 대한 신뢰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려대가 오는 13일 대입 수능시험을 기점으로 논란이 잦아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고려대는 학생부 성적으로 17배수를 선발하는 수시2-2 일반전형 1차에서 내신성적이 높은 일반고생을 떨어뜨리고 내신등급이 낮은 외국어고생을 무더기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계는 대교협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또다른 '입시의혹'이 불거져도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교협은 사실상 규제·감독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대학입시를 관리할 때도 서울 사립 7개대가 담합해 '불공정 거래'를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의 입학처장은 "대학의 자율은 사회적 책무를 기본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번 고려대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타 대학에서도 특목고생을 우대하는 입학전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협의기구'라는 대교협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교협은 자율적 입시감독을 위해 대학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대교협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대학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또는 경고조치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으려는 대학의 '이기주의'를 규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대교협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이라며 "탄탄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서태열 입학처장은 소명서 제출계획을 묻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답변을 거부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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