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안절부절' 심리이용, 사교육 '공포 마케팅'

입력 2008. 3. 26. 14:26 수정 2008. 3.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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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 성적 발표로 지역·학교간 성적 격차가 공개되면서 사교육 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과외 전문 업체에 문의 전화가 크게 느는가 하면, 학원들은 국·영·수 외에 과학·사회 수업을 늘리고 있다.

서울 전역에 과외 교사를 소개해주는 전문 업체인 ㄱ사에는 지난 21일 성적이 발표된 뒤 문의전화가 급증했다. 이 업체 박아무개 대표는 "3월은 과외 비수기인데도 회원 등록자수가 하루 100여명 정도로 평소에 견줘 30% 이상 늘었다"며 "서울지역이 상대적 약세라고 평가된 과학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이나 '생물'을 전공한 선생님으로 해달라는 등 아주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과학·사회 과목의 강사를 추가로 모집하기 위해 대학가에 모집 전단을 뿌리는 등 '선생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성적이 다소 높은 강남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에서만 8년 동안 전문적으로 영어과외를 해 온 손아무개(31)씨는 "주말에만 중1 그룹과외를 해 줄 수 있냐는 문의를 5∼6통이나 받았다"며 "예전에는 '아이 2∼3명을 모았으니 그룹과외를 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면 요 며칠은 '공부 잘하는 그룹에 끼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었다"고 귀띔했다.

학원들도 진단평가 뒤 학생·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강남 ㅈ학원의 상담실장은 "진단평가의 영향으로 내신 대비 수업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보통 4월부터 하는 중간고사 준비를 예년에 견줘 2주나 빨리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강남 ㅈ학원 상담실장도 "예전에는 국·영·수에 대한 문의가 많았지만, 진단평가 뒤 과학·사회 과목을 포함해 5과목을 한꺼번에 신청하려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수요를 봐가며 모든 과목을 아우르는 종합반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교육업체들도 '진단평가 효과'에 적극 편승하고 있다. ㅇ사의 한 직원은 "지속적으로 제공해 온 '월말평가' 콘텐츠 인기가 높다"며 "내신을 겨냥해 진단평가 기출문제 해설 등의 콘텐츠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ㅎ사 쪽도 "진단평가 뒤 학원 등 사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학생들의 가입이 특히 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수준을 지금 다잡지 않으면 계속 뒤쳐질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중1 자녀를 둔 송아무개(성북구 길음동)씨는 "우리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속하지만 구별로 학력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강남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그쪽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은 "사교육 확대 등 부작용은 진단평가 계획단계부터 예상됐던 문제"라며 "교육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단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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