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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능력시험 도입한다는데…“회화학원도 수강” 벌써 한숨

경향신문 | 입력 2008.01.23 18:34 | 수정 2008.01.23 22:57

 




정재우양(14·부산 재동중 1년)은 올 여름방학 때 최소 한 달간 캐나다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수능에서 영어를 빼고 그 대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린 결정이다. 또한 회화학원도 추가로 다닐 생각이다. 정양은 "지금도 월 30만원씩 내고 독해·듣기·문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닌다"며 "부모님께서 회화를 못하면 대학가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유점순씨(45)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수학 등 다른 과목 수업도 영어로 하도록 하겠다는 인수위 발표 때문이다. 아들은 지난 해부터 어학원에 다니지만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안된다. 유씨는 "돈 있는 집은 영어 유치원을 보냈으니 문제 없겠지만, 지금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애들은 상대적으로 힘겨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지난 22일 발표한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고교 졸업자는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회화능력을 기르고, 더 이상 '기러기 아빠'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반대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영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가 크게 부족하고, 한 해 수천명씩 영어강의 가능교사를 양성할 수도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위 발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세다.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교사에게 배운 학생이 영어를 잘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교과서와 교과 과정을 말하기, 쓰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는 것도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현재의 읽기 위주 공교육 영어 틀로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교육이나 해외 유학에 더 의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명박정부의 '사교육비 경감과 영어공교육 정상화' 목표와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학들도 영어강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나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영어평가시험을 연 4차례 치를 경우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1년 내내 영어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영어평가시험 이후 학교 영어공부를 외면하는 현상도 우려된다. 영어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평가시험이 되레 공교육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 김모씨(27·여)는 이명박정부의 결정이 사교육시장만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교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수준이 천차만별인 30~40명 학생들에게 말하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일은 엄두가 안 난다"며 "읽기와 문법 위주인 영어교육의 축이 이동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영어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다. 서울 대치동 ㅊ어학원은 "능력 있는 원어민 교사 확보 및 말하기·쓰기가 포함된 새로운 교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인 대상의 영어회화 학원들은 초·중등생 대상 강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 회화 및 작문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김안중 교수(교육학)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시험을 만들어야 학교도, 학생도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임지선·유정인·심혜리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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