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못푸는 공대생 많아 이공계 위기 헛말 아니다"

2007. 12. 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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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대학장 토론회

34명 설문… "7차 교육과정이 부실 키워" 24명

각 대학 공학교육의 최고책임자인 공과대학 학장들은 이공계 위기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해법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공과대학학장협의회(회장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가 1일 제주에서 개최한 전국 공대학장 토론회에 참석한 34명을 대상으로 본보가 현장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참석자 대다수(31명)가 '우리나라 이공계는 현재 위기'라는 의견에 "대체로 또는 아주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이공계 위기론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고교생의 이공계 진학률 감소'를 지목했으며, '비전 제시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의견(10명)도 적지 않았다.

이공계 교육 황폐화 원인은

공대 학장들은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넓혀준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해 "학생의 기초학력을 떨어뜨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른바 '이공계열 신입생의 학력 저하'에 대해 24명이 '제7차 교육과정을 도입한 교육부 책임', 16명이 '신입생을 응시 유형 구분 없이 선발한 대학 책임'이라고 답(복수 응답)했다.

예전에는 이과생이라면 누구나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을 배워야 했지만, 제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2005학년도 대입 수험생부터는 이 중 한두 과목만 선택해도 대학 진학을 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게 됐다.

수학의 경우는 더욱 심해졌다. 가령 문과생들이 배우는 수학(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수리 '나'형)에서 미ㆍ적분이 빠졌는데도 일부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많은 대학들이 수리 '나'형에 응시한 수험생도 이공계에 지원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는 바람에 '미적분 모르는 이공계 대학생'이 대학마다 넘쳐나게 된 것이다.

영남 지역 A공대 학장은 "일부 과목의 경우, 좀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들어가 있으면 일부러 그 과정을 건너 뛰기도 한다"며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탄식했다.

이공계 교육 부활의 조건은

공대 학장들은 "공대 스스로 혁신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학부 교육ㆍ테뉴어(tenureㆍ정년보장) 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서남표 KAIST 총장의 개혁에 대해선 27명이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대 학장은 "평가에 대한 공감부터 이끌어 내는 게 우선 아니겠냐"며 "가령 연구보다는 강의 실력이 훨씬 뛰어난 교수도 있는데, 평가가 연구 부문에 치우칠 경우 그 교수는 억울하게 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고급 두뇌들이 자꾸 해외로 빠져 나가는 원인에 대해 공대 학장들은 '이공계 인재를 제대로 우대하지 않는 분위기'(23명)를 지목했다. 보수(5명)나 자녀 교육 문제(5명) 같은 현실적 문제보다는 '사기'를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한 응답자는 "과거 10년 간 공학 인력들도 고용 불안을 피하지 못해 의학 등 다른 분야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이공계 학문이 국가 정책적으로 잘 뒷받침되고, 능력에 따른 차등 대우가 철저히 이뤄진다면 공대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답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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