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라도 독서시켜?", '독서인증제' 찬반 팽팽

2009. 5.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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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정상훈 기자]

일선 교육청에서 도입하고 있는 독서 인증제를 두고 교육현장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학교에서 선정한 인증도서를 읽은 뒤 평가를 받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은 물론장기적으로 독서 문화를 해친다는 반대 입장과 독서 불모지인 학교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양론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울산 책 안읽는 아이들 허다, 독서인증제 도입

울산지역의 경우 고교생 10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교과서 외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교육청이 시교육위원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지역 고교 재학생 5만 2,019명 가운데 9.5%에 이르는 4,944명이 지난해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학생들의 독서량이 적은데 심각성을 느낀 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특수학교를 제외한 지역 226개 전학교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독서인증제를 실시한 뒤 아이들의 독서량이 월등하게 늘어났다"며 "벌써부터 제도 시행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교육청 홈페이지 독서인증제 논란, 몸살

하지만 강제로라도 독서를 시키겠다는 방법론에 있어 일부 단체나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울산교육청 홈페이지는 지난 11일부터 독서인증제 폐지를 촉구하는 수십건의 민원성 게시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리꾼 강 모 씨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은 창의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기성세대의 강요에 의한 독서가 어떤 방법으로 창의력을 가진 아이들을 길러주겠냐"며 김상만 울산 교육감에게 심사숙고를 요구했다.

또다른 누리꾼 남 모 씨는 "책이라는 것은 사람의 가치관과 사상을 만드는 것인데교육이란 이름으로 관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지 못하게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제도 시행 이전에 도서관에 오라고 해도 오지 않던 아이들이 책을 읽는 바람직한 습관이 생겼다며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울산지역에서 독서인증제 반대 움직임이 오프라인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채후불 울산지부장은 "강제적인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것은 오히려 성적 만을 위한 독서가 될 것"이라며 "교육청이 독서인증제를 계속 실시한다면본격적인 집회를 조직해 반대행동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시각차 뚜렷

학계에서도 독서 인증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뚜렷하다.

반대 목소리를 대표적으로 내는 인사는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김종성 교수.

김 교수는 등산을 예로 들면서 독서 인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등산이 몸에 좋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지만 만약 학교나 직장에서 등산을 강요하고 소감을 쓰게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등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를 보급하고 등산로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자에게 "학창시절 독후감 쓰기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있었냐?"고 되물으며 "독서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책읽기에 대한 괴로운 경험 만을 축적시킨다"고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독서인증제의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반대 목소리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동아대 교육학과 조용하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교양서적을 읽는 독서수준이 너무나 열악하다며 독서인증제가 독서문화를 향상시키는데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반대 측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면서 초중등학생들에게는 독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방법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즉 교육적 측면에서 어느정도 강제하는 것은 지도의 입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도서의 선정과정에 출판사 등과의 연계가 되면서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벗어날 수 있고 독서지도자격증 등 독서문화가 상업화 된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서활동 대입 반영 본격

최근 부산교육청은 최근 부산대와 울산과학기술대 등 부산, 울산, 경남 지역 19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의 독서누적 활동을 대학입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학이 학생들의 책읽기를 입시전형자료로 채택하게 되면서 입시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반대 단체들은 독서인증제가 독서문화의 확산보다는 또다른 입시 경쟁의 한 도구로 전락해버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반대 측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독서인증제의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으로서 독서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hu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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