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부생들 "총장 개혁 실패 아니다"(종합)

정윤덕 2011. 4. 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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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비상총회..개혁실패 인정 요구 부결 학교 정책결정과정 참여 등 기타안건은 가결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박주영 기자 = 학생 4명의 잇따른 자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생들이 서남표 총장에 대한 개혁실패 인정 요구에 반대하고 나섰다.

KAIST 학부총학생회는 13일 오후 7시부터 대학본부 앞 잔디밭에서 사상 첫 비상총회를 열고 안건을 다뤘으나 서 총장에 대한 개혁실패 인정 요구는 투표에 참여한 852명 가운데 찬성 학생이 과반수에 10명이 못미치는 416명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317명, 기권이 119명이었다.

총학이 "서 총장 취임 이래 각종 학사제도가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경쟁이 과열되고 학생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애초에 예상했던 문제들이 현실화됐다"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쟁과 규제 일변도의 교육 정책과 방향의 실패를 총장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안건을 상정했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투표에 앞서 한 3학년 학생은 "나는 09학번으로 서남표 개혁에 전적인 영향을 받은 첫번째 세대"라면서 "미적분.물리.화학 공부하면서 고생했고 때문에 1학년 학점도 좋지 않지만 시험을 치르고 나면 열심히 했다는 기분에 아직도 행복한 느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KAIST는 서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종합대학도 아닌 특수 대학이고 정부지원도 점점 줄어드는 등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모든 정책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종하는 만큼 KAIST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현재의 개혁 정책을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정책결정 과정에 학생대표들이 참여하고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자는 안건에는 914명 중 872명이 찬성했다.

총학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학교의 정책결정 구조에 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서 총장의 독단적인 개혁이 시행될 수 있었고 그에 반대하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우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 뿐"이라고 안건을 올려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차등수업료 전면 폐지, 재수강 횟수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계절학기 수업 증설 및 수업료 정상화, 인문사회 선택과목 증설, 학사경고 1학년생 지원 강화, 복지 및 문화생활 개선,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에 대한 평가진행팀 구성 및 평가보고서 작성 공개, 총장선출시 학생투표권 보장 등 요구 안건들도 모두 통과됐다.

총학은 이날 총회에서 통과된 요구사항을 서 총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총회가 끝난 뒤 서남표 총장은 무대에 올라 학생들에게 "KAIST 총장으로서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다"며 말을 꺼낸 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KAIST를 졸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 총장은 "KAIST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여개 고교에서 KAIST에 입학했다"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은 원래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다. 조그마한 문제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자"면서 "여러분들은 21세기의 특별한 사람들이다. 내 자식들 다음으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소감을 밝힌 뒤 단상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학생들은 "총장님, 사랑해요" "힘내세요" "고생 많으셨어요" 하며 총장에게 응원을 보내고 몇몇은 울먹이기도 했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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