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대안교과서 내용도 베껴 '커지는 파문'

송현숙 기자 2013. 9. 9.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캐면 캘수록.. '무더기 표절' 의혹 추가 제기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의 광복 직전 동향 부분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표절 의혹이 무더기로 추가 제기됐다. 친일사관 논란을 일으킨 2008년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를 대거 표절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격인 위키피디아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 자료를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경향신문이 8일 역사학계의 자문을 얻어 교학사 교과서와 대안교과서 등의 일제강점기 부분을 비교해본 결과 표절 의혹과 사실 오류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 서술 순서·단어 거의 일치, 곳곳 오류… 날림 제작 지적화장품 박가분·고종 독살설 위키피디아 그대로 옮겨

■ 대안교과서 표절 의혹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서술 중 상당 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교학사 교과서 281쪽엔 '신분제의 해체와 변화', '복식의 변화' 등 소제목이 있는데, 복식의 변화 윗부분까지 3분의 2면 가까이가 대안교과서 102~103쪽 '신분제의 해체와 재편', '생활양식의 변화' 항목과 서술이 겹친다. 서술 순서나 사용한 단어가 거의 똑같고, 본문 옆에 자료로 제시된 '만성대동보' 사진도 동일하다.

교학사 교과서 283쪽 "1930년대 이후 공업화가 급진전하면서 노동자 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부분은 대안교과서(100쪽)의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근대적인 노동자계급이 형성되었다"를 잘못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 앞쪽에 1920년대에 전국적 노동운동조직인 조선노동총동맹이 존재했다고 썼으면서도 1930년대 이후에 노동자 계층이 형성됐다고 쓴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것이다. 같은 쪽의 "공장 및 광산 노동자의 1/4 정도는 초등교육을 받았고" 부분도 대안교과서(100쪽) "공장 노동자의 절반과 광산 노동자의 4분의 1가량"을 잘못 베끼면서 수치가 달라지는 실수를 범했다.

■ 위키피디아·네이버 등 표절 의혹

교학사 교과서는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등에 수록된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학사 교과서 '이야기 한국사' 코너의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화장품, 박가분'(245쪽)과 '고종 독살설'(252쪽)은 위키피디아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260쪽의 '제2차 조선교육령 5개항'도 위키피디아 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옮겨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는 "2번째 항목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 부분은 원문의 '국어(일본어) 숙달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국어를 한국어로 오해해 적은 위키피디아 부분을 다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차 교육령 이후 일본어 교육시간이 증가했다"며 "한국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상식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거를 수 있는 명백한 오류가 교과서에 버젓이 실렸다"고 말했다.

243쪽 사료탐구 도움글 "일제는 1912년 토지조사령에 이어 조선민사령·부동산등기령 등을 반포하여 토지조사 사업을 추진하였다.…"는 문장은 네이버 한국민족대백과사전 '토지제도' 항목의 잘못된 서술을 옮겨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지조사령은 1912년 8월, 조선민사령·부동산등기령은 1918년 3월에 반포됐는데 네이버의 오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교학사 교과서는 앞서 김성수의 광복 직전 동향(경향신문 9월6일자 1면 보도) 부분에 대해 위키피디아를 표절했다는 의혹과 네이버·구글 등 포털사이트 사진 자료를 무차별로 긁어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교과서들과 달리 사진 및 인용자료의 출처는 밝혔지만 참고문헌은 싣지 않았다.

■ 용어, 시기도 통일 안돼 '날림' 논란

표절 의혹 외에 사소한 오류가 반복되고, 동일 사안의 용어나 시기조차 통일되지 않아 날림 제작을 했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 271쪽은 "1920년대 일본군은 북간도의 한인 촌락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하여 한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가옥, 교회, 학교 등을 불태우는 간도 참변을 저질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연도는 1920년대가 아닌 1920년으로 표기해야 한다. 276쪽엔 "1941년 여름에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는 일본내막기를 출간하였고…"라는 서술이 나온다. 그러나 그 바로 오른쪽 면인 277쪽엔 1941년 초로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혼돈을 준다.

교학사 교과서 257쪽과 273쪽엔 이봉창과 윤봉길의 의거가 반복 서술되고 있다. 지면이 한정된 교과서에서 중복 서술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역사학계에서는 짧은 시간에 급박하게 교과서를 쓰면서 최소한의 내부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경향블로그]

[미디어로그] '표절교과서'에서 무엇을 배우나

[오피니언X] '편향, 왜곡'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우려한다

[opinion X] 세계 평화를 위한 역사 교육

[구정은의 오들오들 매거진] 역사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

[박건웅의 칸과칸사이] 민주화세상

[경향 국제부블로그] 과거사 정리로 본 한국의 국격

[opinion X] 한국사 교육 강화 주장의 함정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