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들 "영어강의는 국제화 아닌 미국화"

입력 2013. 8. 20. 19:29 수정 2013. 8. 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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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KAIST 교수들이 전면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KAIST 제23대 교수협의회(회장 김광준)는 20일 영어강의 제도에 대한 교수협의 입장을 담은 교수협의회보를 발간했다.

신임 강성모 총장이 부임한 뒤 6개월만에 처음 내놓은 교수협의 공식 입장이다.

김 교수협회장은 "영어강의의 예기치 않은 결과와 관련, 개선 여부에 대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면서 "국제화를 위해 전임 서남표 총장 때 도입한 영어 강의가 결국 '미국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달말 현재 KAIST 조교수와 부교수 283명의 박사학위 취득 국가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66.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한국이 26.9%, 영국·캐나다 등 영어권 1.4%였다. 비영어권은 2.5%에 그쳤다.

김 교수협회장은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우수한 분야도 있지만, 제조기술과 소재·부품 분야는 비영어권 선진국이 미국보다 우세하다"면서 "2003년 KAIST 전체 전임교수들의 박사학위 취득 국가 7.8%가 비영어권 선진국이었지만 전면 영어강의 정책 이후 2.5%로 대폭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결과는 국제화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미국화"라면서 "KAIST 내 미국 박사학위 편중 현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승오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강의는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영어로 강의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강의에 집중할 수 없고, 동기 부여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역학' 교과목의 경우 기초적인 응용수학 지식이 필요한 학문이지만 강의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오해하거나, 거꾸로 영어만 잘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 교수도 학생들과의 언어 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명강의가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전문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KAIST 내 외국인 유학생들도 오히려 100% 영어강의로 인해 우리말을 배우려는 동기와 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있다"면서 "강의의 고객인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익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도 "말과 글은 겨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면서 "외국 학생이 우리말과 글을 배워서라도 KAIST의 명강의를 들으려 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라고 역설했다.

임세영 기계공학과 교수는 "학부과정은 모두 영어강의를 한다는 식의 획일적인 방침을 따를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수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오는 22일 강성모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회의를 열고 전면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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