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교과서 집필 탈락자에 "시국선언 참여했나"

입력 2015. 12. 14. 01:26 수정 2015. 12. 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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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교과서 집필진 ‘사상검증’ 했나

국편위원이었던 한규철 명예교수
스승 김정배 위원장이 집필진 제안
수락했으나 얼마뒤 낙방 통보받아

“김위원장이 ‘시국선언 했나’ 질문
국편 차원 신원조회는 아닌듯”
부적격 필자 논란 이어 또 파장

한국사를 가르친 경력이 1년도 안 되는 상업 과목 담당 교사의 집필 참여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정부가 집필진 후보에 오른 국사편찬위원 출신의 사학과 교수를 ‘신원조회’ 뒤 배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규철 경성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고대사학회 정기발표회에서 자신의 연구 인생을 회고하는 ‘나의 발해사 연구’를 발표하며 “최근에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 국사편찬위원장이신 은사님의 권유로 국정교과서 집필위원을 수락하기도 하였으나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되어 참여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한 한 교수는 2012년부터 3년간 제17대 국사편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13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는 지난 10월16일 마지막 국편위원 회의 뒤 고려대 스승인 김정배 위원장으로부터 국정교과서 집필진 자리를 제안받았고, 얼마 뒤 국편 관계자가 전화로 재차 뜻을 물어왔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은사인 김 위원장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전공인 고대사를 제대로 기록해보고픈 뜻이 있어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편의 최종 집필진 발표(11월23일)를 며칠 앞두고 한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낙방’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구체적인 결격 사유는 듣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자네 시국선언에 서명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 국편위원으로 재임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편 차원에서의 신원조회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민주화 시기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거나 지금은 회원이 아니지만 한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으로 신문 기고에서 진보적 시각을 드러낸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한 교수의 추정이다. 아울러 그는 “6·25전쟁 당시 친형 중 한 명이 인민군에 동조했던 가족사로 오래 고통받았는데 그것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경남사학회장, 한국고대사학회장,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등을 맡아왔던 한 교수는 학계에서 발해사 연구의 권위자로 이름이 높다. 역사를 가르친 지 얼마 안 된 상업 담당 교사는 면접도 보지 않고 선발한 국편이 학계에서 인정받는 후보에는 ‘사상검증’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국정 역사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국편위원장마저 허수아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권력의 기호에 맞춘 집필진의 면면이 그려진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아직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상의 연좌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역사학계 동료·후배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집필을 수락해 미안함이 컸는데 (위촉이 안 돼) 오히려 다행스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편 관계자는 “워낙 집필진 섭외가 난항을 겪던 시기여서 다른 부탁을 드리면서 집필을 맡아주십사 하는 말을 전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요청을 드렸던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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