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강행 - 왜 건국절에 집착하나]이승만도 인정한 '임정' 뉴라이트는 부정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못박으려는 뉴라이트 진영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상하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폄하한 건국절 집착은 이승만 정부 출범부터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쓰려는 뉴라이트의 숙원과 역사 왜곡이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내놓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중·고교 과정 모두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배포된 초등 국정 역사교과서 실험본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과, 2013년 광복절 전날 국가기록원이 공식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식’ 장면을 1~2년 만에 뒤집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75)은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연도를 묻는 물음에 “우리 학계의 큰 문제 중 하나”라며 답변을 피했다. 새 교육과정에 ‘대한민국 건국=1948년’ 개념을 넣어놓고, 국정교과서 제작 과정에서도 커다란 논란이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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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 수립연도인 1919년으로 인정했다. 1948년 8월15일 이 전 대통령은 ‘정부 수립 대통령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30년 8월15일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끝맺어 ‘대한민국 건국’ 시점이 1919년임을 명시했다. 그해 9월1일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1호에도 ‘대한민국 30년 9월1일’(사진)이라고 날짜가 적혀 있다.
해묵은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해 8·15 경축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정갑윤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3명은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법률안까지 발의했다가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법안을 철회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승만 정부도, 이승만 대통령 도 건국 시점이 1919년이라고 수차례 공식 인정한 점에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원은 “1948년을 건국절로 할 경우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건국에는 아무런 연결성이 없어진다”며 “독립운동사 중심의 근대사 축소 주장 등을 통해 뉴라이트 세력이 주로 의도하는 것은 ‘친일파 복권’ ”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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