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서 전문대로.. '유턴族' 3년새 25% 늘어

정경화 기자 2015. 9. 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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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大 졸업장보다 취업 잘돼".. 올해 1379명 재입학] 일반대 취업률 52.6%인데 전문대는 61%.. 격차 늘어 자연계, 간호·물리치료학과.. 인문계는 유아교육과 선호 "사회적 비용 3800억 낭비.. 진로·진학 정책 바꿔야"

전영민(25·가명)씨는 인천 인하공업전문대학 신입생이다.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입학한 동기들보다 대여섯 살 많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전씨는 지난 2010년 4년제 대학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기계를 직접 만지고 조립하는 수업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강의를 받아 적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의 연장이었다. "여기서 배운 걸 가지고 내가 취직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만 거듭했다. 휴학 후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한 전씨는 '자동차 정비'가 적성에 맞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결국 대학 3학년이던 작년 11월 인하공전 자동차과에 지원서를 내 합격했다. 전씨는 요즘 자동차 엔진을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드디어 내 길을 찾았구나" 싶어 날마다 즐겁다고 했다. 2학기 때는 산업기능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그는 "내가 노력하기에 따라 진짜 자동차 장인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4년제 졸업 후 전문대 입학 '유턴(u-turn)' 매년 증가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유기홍(새정치연합) 의원이 10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 걱정 등으로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유턴(u-turn)'족(族)이 2012년 1102명,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올해 1379명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전씨처럼 4년제를 도중에 그만두고 전문대로 입학하는 학생은 훨씬 많지만 집계조차 안 된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4년제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과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턴족'이 계속 늘고 있다"며 "특성화 교육과 산업체 연계 교육과정이 탄탄하게 갖춰진 전문대는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3 땐 '인 서울' 4년제가 낫다 여겼는데…"

4년제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했던 문사랑(27)씨는 졸업 후 3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서울 배화여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문씨는 "원래 전공으로는 임용 고시를 봐서 선생님이 되기도, 다른 직장을 찾기도 어려웠다"며 "조금 돌아왔지만 차분히 역량을 쌓아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지은(28·가명)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 간호학과로 유턴 입학해 올해 초 병원 간호사로 취업했다. 그는 "고3 때 친구가 전문대 치위생과에 갔을 땐 '그래도 인 서울(in Seoul) 4년제에 간 내가 낫다'고 여겼는데 졸업 후 바로 취업한 친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전문대·일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간호학과·유아교육과 등 취업 잘되는 과에 몰려

전문대 유턴족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취업이 잘되는 학과다. 올해 유턴 입학한 1379명 중 495명(35.8%)이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그다음은 유아교육과 97명, 물리치료과 72명 순이었다. 또 유턴 입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서 배웠던 전공을 살펴보면, 자연과학 계열이 700명, 인문사회 246명, 공학 244명, 예체능 189명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자연과학 전공생들은 간호·물리치료로, 인문대생들은 유아교육이나 사회복지 쪽으로 진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은 평균 61%로, 일반대 취업률(52.6%)보다 8.4%포인트 높았다. 취업률 격차는 2012년 5.3%포인트, 2013년 6.5%포인트, 2014년 8.4%포인트로 매년 커지고 있다.

유기홍 의원은 "취업난 속에 유턴족이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 4년간 3857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허비됐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누구나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고 기업 수십 곳에 지원서를 내면 취업이 되는 시대가 지났다"며 "학생들이 적성에 맞게 일반대·전문대로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등 다양한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진로·진학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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