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교 한국사 현 '집필기준안'으로 확정 땐 '암살' 김원봉, 교과서 빠진다

송현숙 기자 2015.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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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당국, 학습 부담 이유로

김구 한국독립당 중심 서술케

민족혁명당 등은 배제·축소

▲ “집필자에게 상당한 구속력

특정한 관점의 강제는 문제”

정부가 추진 중인 ‘2015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질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영화 <암살>의 중심인물인 독립운동가 김원봉(사진)과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민족혁명당 활동이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내세워 독립운동 정당을 되도록 생략하고 김구 주석이 이끈 한국독립당 중심으로 서술하라고 집필기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17일 입수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 한국 근대사 영역’을 보면 ‘1930~1940년대 국내외 민족운동의 흐름과 건국 준비 활동을 이해한다’는 성취기준 부분에 이 같은 내용이 적시됐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기준(안)에 담은 집필 유의점으로 ‘1930년대에 중국에서 활동한 다양한 독립운동 정당을 자세히 다룰 경우 학습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유의하여 되도록 생략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통합)한국독립당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한국독립당 외에 다른 단체들의 활동은 배제·축소하라는 얘기다.

현재 교과서에 사용되고 있는 2009 집필기준에는 이와는 반대로 ‘태평양전쟁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정치세력이 민족연합전선을 형성하여, 독립을 쟁취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였음을 유의한다’고 돼 있다. 해방을 앞두고 독립운동 진영 내에서 합작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작성한 ‘2015 교육과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 중 집필 유의점의 독립운동 부분.

1930년대 독립운동의 한 축은 집필기준안이 제시한 대로 김구 선생 중심의 한국독립당이지만, 또 다른 한 축은 이념을 뛰어넘어 연대해서 독립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1935년 결성된 민족혁명당이다. 김원봉은 민족혁명당의 주도적인 인물이었다. 1941년 좌우 합작체제로 전환된 임정은 1944년 김구 주석과 민족혁명당의 김규식 부주석이 이끌게 된다. 현재 고교 교과서에는 김원봉의 의열단과 민족혁명당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독립운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집필기준 시안대로라면 사실상 민족혁명당과 김원봉, 김규식 등에 대해서는 교과서에 쓰지 말고 가르치지 말라는 뜻이 된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과서 검정기준에 교육과정이나 집필기준안 준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구속력이 있다. 검정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집필자들은 생략하라는 부분은 쓰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습량 부담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한국독립당’ 중심이라는,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지도 않는 특정한 관점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하며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더니 결국 근대사 중에서 독립운동사만 대폭 줄였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발진이 만든 초벌 수준의 첫번째 결과물”이라며 “공청회를 포함해 여러 단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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