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차에서 탑승까지..만나는 정규직 직원 '0명'

정봄 기자 2015. 1. 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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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도 정규직 전환 적극적인 마당에 공공기관은 오히려 역행"

[머니투데이 정봄 기자] ["민간기업도 정규직 전환 적극적인 마당에 공공기관은 오히려 역행"]

해외출장을 위해 A씨는 인천공항 주차안내 요원의 안내에 따라 실외에 있는 장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객터미널로 이동했다. 여객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멀어 A씨는 전동 카서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가 탑승수속 카운터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자 지나가던 공항직원이 친절하게 해당 카운터를 알려줘서 어렵지 않게 탑승권을 입수할 수 있었다. 보안검색절차를 받기 위해 그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공항 보안요원이 꼼꼼하게 여권과 탑승권을 확인하고 X레이 검색대에 올라간 소지품을 검사했다. 아직 자동 출입국심사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A씨는 출국심사대에서 심사요원에게 직접 심사를 받은 뒤, 무사히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주차부터 항공기 탑승까지 A씨가 만난 인천공항공사 직원들 가운데 정규직 직원은 몇 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단 한 명도 없다. 출입국 심사 직원의 경우 정규직이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법무부 소속이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사이트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정규직외 직원은 전체직원의 85%에 달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신철 조직국장은 "실제 공항 이용객들이 만날 수 있는 인천공항 정규직은 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 정규직은 대부분 관리직이라 공항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며 "이용객들이 만나는 직원들은 전부 비정규직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처우 차이도 극심하다.

지난해 인천공항 신입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4016만원으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 1위다. 전체 직원 평균연봉도 8577만원으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7667만원), 한국감정원(7650만원), 대한주택보증(7610만원) 등 다른 산하기관보다 높다.

신 국장은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으나 정규직원의 경우 연말 성과금을 1000만원 이상 받는 일도 꽤 있었다"면서 "그에 비해 비정규직이 받는 것은 치킨 무료 쿠폰 등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현재는 꾸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정규직 외 직원도 업무평가에 따라 40만~5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하나-외환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민간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나, 국가기관으로서 고용안정화를 꾀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알리오 등에 따르면 한국마사회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90%에 달한다. 한국장학재단의 정규직외 직원 비율은 전체직원의 65%에 이르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63%, 국가평생교육진흥원 53%,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43%로 집계됐다.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2014년 하반기 기준으로 비정규직 직원 95명, 소속외 직원이 396명으로 집계됐다. 장학재단의 소속외 직원은 대부분 콜센터 직원으로 하청업체 소속이다. 장학재단 측은 "분기 및 시기에 따라, 혹은 정부 시책에 따라 필요 직원수가 빈번히 변동돼 어쩔 수 없이 하청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24명이 비정규직으로 잡혀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연구사업에 따라 직원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채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능원 인사담당자는 "정부 사업을 받아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많아 비정규직을 채용한다"며 "연구기간이 종료되면 유동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정규직 자리를 늘리는 대신, 소속외 직원인 용역 파견형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으로 떨어진 기관장들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정규직 TO를 늘리는 것을 꺼리는 게 보통"이라며 "그렇다 보니 중요 업무를 비정규직이 맡는 경우가 많고 2년이 지나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서 업무의 단절, 공백이 생겨 지장을 초래한다"고 실토했다. 비정규 직원이 퇴사하면서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아 대국민 서비스나 업무 노하우 축적 등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하소연이다.

현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원은 한국전력이 77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6130명), 한국철도공사(4971명), 한국공항공사(3115명), 주택관리공단(2414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철 조직국장은 "책임은 지기 싫고 노무관리도 필요없으니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라며 "사기업들도 기업이미지 때문에 점차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이런 행태를 보면 오히려 공공기관이 하청업체와의 연계가 더 끈끈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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