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대학생 구제법안 국회서 '낮잠'
3년 전 지방에서 서울의 한 사립대로 편입해 졸업을 앞둔 김하나(가명·27·여)씨는 학자금 대출의 '굴레'가 고통스럽다. 2007년부터 대학에 다닌 김씨의 학자금 대출액은 1800만원. 이 중 상당액이 2009년 1학기 이전까지 7.2% 수준의 금리로 빌린 것이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그는 매달 32만원이나 되는 대출 원리금에 원룸비 30만원 등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각종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업 준비는 언감생심이다. 김씨는 "앞으로 15년 동안 갚아 나가야 하는데 대출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을 것 같다"며 "지난해 저금리로 옮길 수 있는 법이 생긴다고 기대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고 답답해했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가난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72만여명이 가슴을 치고 있다. 학자금 대출 금리를 60%가량 낮추고, 장기연체자의 경우 채무를 최대 절반이나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반년 동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외쳤던 여야가 정작 학자금 대출에 매인 고학생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취업 후 대출원리금을 갚는 '든든학자금'제도(ICL)가 2010년 도입되기 전 정부보증(2005년 2학기∼2009년 1학기)과 일반상환 학자금(2009년 2학기) 대출을 받은 대학(원)생·졸업생은 모두 72만6000명으로 대출 총액만 4조809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당시 평균 7.15%의 고금리로 학자금을 빌렸다. 이 중 지난해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한 인원도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힌 4만1691명을 포함해 6만4000명(연체 대출잔액 3241억원)에 이른다.
학자금 대출 신용불량자가 2006년 67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7년 만에 62배로 불어난 것이다. 최악의 청년실업난과 고금리 학자금 대출의 덫에 허덕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청춘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의원입법을 통해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다. 개정안은 연체자 6만4000명의 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서 매입해 원금을 30∼50% 깎아주고, 분할상환 등을 허용해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또 나머지 비연체자 66만2000명의 상환 금리를 현행 수준(2.9%)으로 전환하고, 35세·소득분위 7분위 이하는 ICL로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이자 부담이 1500억원가량 줄고, 신용불량자 감소·사전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여야 정쟁과 이견으로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교육부는 "든든장학금 전환대출용 예산도 이미 확보했고, 장기연체자 2만여명이 채무조정 사전신청을 했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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