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학생들 함성
'안녕들하십니까' 자보 호응 200여명 고대에서 현안 발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해 화제를 모은 자보 '안녕들하십니까'에 호응하는 대학생 200여명이 14일 자보가 붙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10일 자보가 페이스북을 타고 대학가에 큰 반향을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3시 "안녕하십니까?"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함성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이들은 근처를 지나던 학생들까지 합세하면서 금세 그 수가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안녕들하십니까' 자보가 시작된 고대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성균관대, 중앙대, 서강대 등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각각 '내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적힌 피켓을 들고 코레일 파업, 경제 민주화,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들하십니까' 자보 이후로 고대 정경대 후문에는 이에 동조하는 자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14일 현재 60개가 넘었다.
선배들은 집회에 앞서 '후배들의 고민, 용기, 행동을 지지한다'는 등의 메시지와 함께 과자, 음료수, 핫팩 등을 익명으로 현장에 놓고 갔으며, 한 교수는 지갑에서 후원금을 꺼내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파업 중인 전국철도노조의 김명환 위원장은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 학생 여러분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자보를 게재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18개 대학의 한국사 전공 대학원생들은 "우리는 역사 교과서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성명을 붙였다.
'안녕들하십니까' 자보를 맨 처음 붙인 고대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27)씨는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 몰랐다. 그만큼 현재 사회 상황에 대해 고민이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이처럼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기에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1호선 시청역으로 이동해 밀양지역 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 고 유한숙씨의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 열리는 철도 민영화 반대 촛불 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함께 이끈 철학과 4학년 강태경(25)씨는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고백'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며 "몸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려 행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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