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정희 사진 추가·'한국군 베트남인 학살' 삭제

2013. 11. 16. 08: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두산동아 수정안 살펴보니

친기업·반노동 관점에 공들이고

북한 부정·친미 서술 강도 높여

저자들 수정안 거부·소송 방침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동아 출판사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저자와의 협의도 없이 추가로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보수 학계·언론과 재계의 시각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출판사 쪽은 대기업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쪽으로 교과서 내용을 바꿨고, 미국에 불리한 내용은 빼는 대신 북한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을 추가했다.

■ 정권 눈치보기?

<한겨레>가 15일 입수한 '두산동아 출판사 수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서술한 부분이다. 두산동아는 기존 교과서에 있던 경북 포항제철 공장 전경 사진 대신에 박정희 대통령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으로 교체했다.(304쪽) 출판사는 교육부에 보낸 공문에서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진은 정치(영역)에서만 다루어 '과'에 편향되었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경제개발 부분에서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추가하여 균형적으로 서술하고자 함. 언론에서 대통령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두산동아는 또 박정희 정권이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해 "민간인 학살 등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였다"(295쪽)고 저자들이 쓴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마저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인을 학살"(193쪽)했다고 서술한 것을 두산동아는 아예 빼겠다는 것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여론몰이 중인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뀔 경우 몇몇 출판사가 돌아가며 교과서를 만들게 되는데, 그걸 대비한 포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친기업·반노동·친미 관점 강화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두산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두산동아는 재벌 기업답게 '친기업·반노동' 관점을 반영해 교과서 이곳저곳에 손을 댔다. 애초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기업의 부채 상환을 미뤄주고 금리를 낮춰준 1972년 8월 긴급명령과 관련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이 조치 덕분에 사채로 어려움을 겪던 대기업은 다시 한 번 자본 축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305쪽)고 서술돼 있다. 하지만 두산동아는 "(저자)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다. 조선일보·문화일보 등에서 교과서 전체 논조가 경제 성장의 어두운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받았다"면서 해당 설명을 삭제하고, 본문 옆에 '중화학 공업 종사자'와 '수출 역군' 사진을 추가했다.

노동운동가인 하종강씨의 글도 보수 언론의 기사로 대체됐다. 저자들은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당시 노동자들이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 "출퇴근 시 사복 착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소개한 하종강씨의 글(310쪽)을 <중앙선데이>의 비정규직 관련 기사로 대체했다. 그밖에도 저자들이 사용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306쪽)이라는 표현을 "대기업의 중복 투자, 과잉 투자"로 고쳤다.

출판사는 저자들이 "대북 강경파인 부시 정권이 출범하면서 북미 관계는 다시 악화되었다"(319쪽)고 쓴 문장도 삭제하겠다고 했다.

■ 저자들 반발

저자들은 출판사가 수정 요구한 25개 항목 가운데 교육부가 앞서 수정·권고한 8개는 협의할 수 있다면서도 나머지 17개 항목은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밝혔다. 두산동아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비전문가인 출판사가 보수 언론과 경제계의 지적을 그대로 수용한 수정안은 학자의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수정심의위원회를 열어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저자들이 이미 제출한 수정·보완 대조표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교과서 저자들에게는 수정명령을 할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습니다"남친의 옛 여친이 물었다 "섹스는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아?"찌라시 탓, 부하 탓…'무성 대장' 별 떨어지는 소리'이석기 녹취록' 112곳 이상 실제와 달랐다[화보] 세상에서 가장 탐났던 집…건축 거장의 자택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