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예비교사 울리는 '교원 양성제도'
'학과 졸업 후 진로-중·고등학교 교사 자격이 부여되고, 아울러 컴퓨터 관련 대·중소 기업체나 연구소, 정부·금융기관 취업도 가능.'
고려대 사범대 컴퓨터교육과의 학과 소개 첫 내용이다. 중·고교 컴퓨터 교사와 컴퓨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컴퓨터 교사가 되는 길은 거의 막혔다. 몇년 전부터 컴퓨터 교사 임용시험이 사라진 탓이다. 이 학과 졸업생 최모(26)씨는 "교사 지망생들은 어쩔 수 없이 수학과 국어를 중심으로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4년 만에 졸업하기도 어렵고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수많은 중등 '예비교사'의 가슴이 멍들고 있다. 교원 임용시험을 통과하기가 바늘구멍인 데다 아예 응시기회조차 없어진 과목들이 수두룩해서다. 이는 주요 입시과목 위주의 교육 풍토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춤추는 교육과정과 교원양성기관 과잉 등이 맞물린 결과다.
세계일보가 5일 교육부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세종시 제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교육청은 2012∼2014학년도 신규 중등교사로 모두 1만759명을 뽑았다. 과목별로는 영어가 1949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수학 1564명, 국어 1476명, 체육 859명 순이었다. 67개가량 되는 전체 '표시과목'(중·고교에서 교사가 지도하는 과목) 중 국어와 영어, 수학 교사의 비중이 무려 46.4%(4989명)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반면 정보컴퓨터를 포함해 3년 동안 한 명의 교사도 임용되지 못한 이른바 '비주류 과목'이 평균 44.3개에 달했다.
안성진 성균관대 교수(한국컴퓨터교육학회 회장)는 "이명박정부 들어 IT(정보기술)쪽을 홀대하면서 컴퓨터교육이 시들해지고 신규 컴퓨터 교사 임용도 중단됐다"며 "융합인재 양성의 핵심인 중등 IT교육의 기반이 사라져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정권에 따라 교과목의 운명이 달라지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 신임교사 수요가 있지만 교육당국이 "수가 너무 적다"며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일본어 교사의 경우 올해에만 3개 시·도에서 13명의 신임교사 수요가 있었지만 일본어는 임용시험 과목에서 빠졌다. 일본어 예비교사 김모(34·여)씨는 "좋은 교사가 되려고 교육대학원 졸업 후 1년간 일본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왔더니 2년째 한 명도 안 뽑아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누락된 정교사의 빈자리는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교 기간제 교사만 일본어 161명 등 모두 1만7402명에 달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교사채용 확대가 대통령 공약인데, 학교에서 필요하다는 교사조차 뽑지 않는 것은 모순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과잉상태인 교사양성체계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높다. 중등교사 양성기관별 올해 입학정원은 전체 사범대학이 1만1075명, 일반대학 교육학과가 3462명이다. 일반대학 교직과정(1만1500여명)과 교육대학원(1만4000여명)까지 감안하면 해마다 수만명의 예비교사가 쏟아지는 셈이다. 2013학년도 중등 임용시험의 평균경쟁률이 15대 1에 달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년 연속 낮은 등급을 받은 교원양성기관의 입학정원을 20∼50%씩 줄이는 방법으로 2011년 6269명, 2012년 1666명, 2013년 1220명을 감축했으나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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