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비·급식 등 원장 전횡.. 불투명한 회계 보며 교직 회의 느껴"

송현숙 기자 2013. 3.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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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사립유치원 4년차 교사가 전하는 현실

서울 강북의 사립유치원에서 4년째 일하는 유치원 교사 김혜경씨(가명)의 꿈은 고교 시절부터 유치원장이었다. 그러나 실습과정과 4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치면서 지금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상과 다른 유치원의 현실을 목격하며 직업 자체에도 회의가 생겼다고 했다.

▲ 특강수업 사실상 강제, 유치원비 담합 다반사이중장부 조작 보편화… 교육청 감사는 형식적

김씨는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회계나 교육과정 등 유치원 운영의 전반적인 모습이 너무 불투명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평교사나 학부모 목소리는 들어갈 틈이 전혀 없고 모든 게 원장의 지시로 좌지우지되는 게 사립유치원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비만 해도 원장의 한마디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원장들이 담합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마다 유치원비는 비슷한데, 김씨의 근무지 평균가격은 10만~20만원선인 입학금을 빼고 월 60만~7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00만원대가 상위권인 서울의 대학 등록금과 비슷한 것이다. 그가 일하는 유치원도 지난해 4만~5만원 하던 특강비를 1만원씩 올리고 특강 하나를 추가했다.

그는 특강과목을 정할 때도 원장 맘대로라고 했다. 학기 초마다 학부모에게 설문을 돌려 '어떤 수업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인성을 잘 기르고 교우관계를 잘 살펴달라"는 답이 대부분이고 "다양한 특강을 원한다"는 답은 순위권에서 밀리지만 특강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오전에 편성된 특강은 아이 혼자만 빠질 수 없어 사실상 강제적이다.

유치원 회계는 원장과 사무직원만이 관여한다. 드러나지 않는 뒷돈도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또 있다. 학비가 높은 만큼 아이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학부모들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원복이나 가방 제조회사, 유치원 교구용 문구사 등 유치원과 관계된 곳이면 전부 뒷돈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 식단으로 유명한 한 유치원 교사에게서 '당근·오이 한 조각을 간식으로 주고선 유기농이라고 포장해 식자재료를 어마어마하게 불려서 받는다'는 말도 들었다"며 "엄정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운영하게 돼 있는 학부모운영위원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씨는 "우리 유치원만 해도 현재 어떤 어머니로 할까 고심 중"이라면서 "유치원마다 우호적인 어머니들에게 부탁하는 상황이어서, 이 제도로 제대로 감시될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육청의 감사도 "보여주기식"이라고 꼬집었다. 감사 일정을 미리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치원들이 없앨 서류는 없애고 만들 서류는 만들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어린이집은 평가 결과로 인증을 주지만 유치원은 낮은 점수 외에 어떤 제재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중장부도 보편화돼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교육청에선 특강을 오전에 넣지 말라고 했지만, 오전에 안 하면 할 시간이 없다"며 "누리과정엔 하루 한 시간 바깥놀이를 하도록 돼 있는데 대부분 유치원들이 그 시간에 특강을 하고, 일지에는 교사가 수업을 한 것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치원비는 해마다 야금야금 오르지만 교사들의 처우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하고, 그 후엔 수업 준비나 학부모 상담, 교재 준비 등을 하다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김씨가 받는 임금은 각종 수당 등을 합해 월 160만원 남짓이다. 10년이 되어도 월급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호봉이 높아질수록 유치원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낸다고 했다. 김씨는 교사처우 개선 수당과 담임수당은 올해 1만원이 올라 51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그래도 많이 받는 편이다. 더 조금 받는 곳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돈도 돈이지만 유치원 교사들에겐 연차 개념이 아예 없고, 아무리 아파도 대체교사를 쓸 생각을 하지 않아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사립유치원 교사지만 근본적으론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봤다. 사립유치원들은 어떤 말로 포장해도 사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그는 "유명한 유치원 중에는 가족끼리 문어발식 체인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 수익이 나니까 여러 곳에 개설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유치원처럼 유치원 교육과 무관한 사람이 월급원장을 앉혀 놓는 경우도 많고, 사교육 업체와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는 원장도 있다고 들었다"며 유치원 관련법도 정비하고 엄정한 제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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