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수학' 교육현장 혼선, 사교육만 기승

송현숙 기자 2013. 2. 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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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앞두고도 준비 부족 "교육 격차만 더 커질 가능성"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김모씨(40·서울 도곡동)는 새 학기부터 도입되는 '이야기(스토리텔링) 수학'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연산학원과 사고력 수학학원도 다녀야 하고, 서술형 문제가 많아져 국어학원에도 보내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김씨는 "사고력 수학학원은 주 2회 20만원대로 일반 학원의 2배 수준의 학원상품이 나와 있다"며 "학교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고, 아직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를 생각하면 학원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작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14일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바뀐다는 얘긴 들었지만, 수학에 이야기를 도입했다는 정도로만 알 뿐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우왕좌왕하며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실생활과 연계된 수학, 사고력과 흥미를 유발하는 수학'을 앞세워 올해부터 교과서를 이야기 수학으로 대폭 개선했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 수학교과서가 바뀌고 내년엔 3~4학년, 2015년엔 5~6학년 교과서가 바뀐다. 하지만 수학교과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큰 변화임에도 새 학기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선 교육현장과 교사들은 준비가 안돼 혼선이 커지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달 중순 최종교과서가 나온 후 시·도교육청별로 하루 6시간씩 이틀간 희망교사들을 받아 연수를 실시했다. 아직 연수를 시작하지 않은 서울·부산을 제외하고 15개 시·도교육청에서 현재까지 이수증을 받은 교사는 8800여명이다. 전체 초등교원 18만명의 7%에 불과하다. 상당수 학교는 올해 새 교과서로 수업할 1·2학년 교사들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교과부 담당자는 "교과부 연수 외에 시·도교육청별로 새 학기 초까지 연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19일부터는 창의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원격연수를 진행하고, 교사 연수용 애니메이션도 학기 시작 전에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교사들은 준비되지 않은 새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착될 리 만무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토리텔링 수학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며 "아마 새로운 정보 면에선 학원이 가장 빠르고 다음이 학부모, 교사들의 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야기 수학 연수에 참가한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1·2학년은 고참교사들이 많이 맡지만 연수는 학교별로 인원이 할당돼 진행됐다"며 "나는 올해 1·2학년 담임도 아닌데 상대적으로 어려 연수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학교현장과는 달리 사교육에선 이미 이야기 수학이 활개를 치고 있다. '스토리텔링 수학'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유아·초등학교 스토리텔링 수학동화·수학교재' 소개부터 '스토리텔링 융합형' '사고력·창의력 향상' '생각하는 수학' 전문 학원, '스토리텔링 수학 지도사' 과정까지 줄줄이 뜬다. 박영훈 나온교육연구소 대표는 "교육당국이 학계에서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구호만 앞세워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안기고, 사교육에 또 다른 상품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수학교육 격차만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학습 내용과 관련된 소재나 이야기를 통해 수학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딱딱한 수학공식 대신 이야기로 설명해 가르친다는 개념이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 수학교과서가 바뀌고 내년에 3~4학년, 2015년 5~6학년의 교과서가 개정된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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