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학생에.. 상상 초월하는 성교육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2013. 2. 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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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학습부터 아기인형 키우기까지.. 자연스러운 성지식 쌓아한국, 금욕적 성교육에만 초점.. "선진국 성교육제도 받아들여야"

"엄마, 섹스가 뭐야?"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던 여덟 살짜리 딸이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자녀 성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라도 이런 갑작스러운 질문에는 대답이 쉽지 않다. 이때 "나이 들면 다 알게 돼"라고 얼버무리거나 "어린 게 그런 걸 다 묻고 그래"라고 핀잔하면 딸은 성 문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자녀의 성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10대의 비율은 5.3%나 된다. 성 경험을 한 10대들이 성관계를 시작한 나이는 2006년 14.2세, 2007년 14세, 2011년 13.6세(중학교 입학 전후)로 점차 빨라지고 있다. 수치 변화만 읽어도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미국의 성교육용 인형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인형은 미국의 미혼모나 10대들의 임신중절, 출산, 성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성교육 인형 키우기'에서 사용하는 인형이다.

미국 학생들은 남녀 구분 없이 일주일간 '성교육용 아이 키우기'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체험하라는 의도일까. 신생아 모양의 인형은 신생아와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인형 뒤에 부착된 센서가 작동하며 인형은 신생아처럼 우유를 먹고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울기도 하는데 학생들은 그때마다 아이가 우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은 놀아주기(ATTENTION), 밥 주기(FEED), 트림 시켜주기(BURP), 기저귀 갈아주기(DIAPER CHANGE) 카드 중 하나를 센서에 꽂아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귀찮다고 우는 인형을 그대로 버려두면 낙제를 당한다. 배터리를 빼거나 기록을 조작하는 건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뿐만 아니라 육아일기도 써야 하고 24시간 내내 인형을 들고 다녀야 한다. 일주일간 아기 인형에 시달린 학생들은 "결혼 전까지 성관계하지 않겠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인형을 이용한 성교육은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육아의 어려움을 미리 겪은 아이들이 혼전 무분별한 성관계를 지양하고 피임의 중요성을 깨닫는다고 한다.

미국 외에도 성교육 시스템이 발달한 나라가 있다. 성교육 선진국인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전 아동에게 의무화했다. 스웨덴에서는 4, 5세 아동부터 그림책을 이용해 남녀의 신체구조 차이를 정확히 인식시킨다. 학생들의 신체 성장 속도에 맞게 임신, 태아, 2차 성징, 자위행위, 성기, 성병, 피임, 불감, 호르몬 등을 교육한다. 성 문화가 개방적이라는 유럽에서도 스웨덴의 성교육은 파격적이고 구체적이다. 스웨덴 학생들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무료로 콘돔을 나눠준다. 물론 사용도 가능하다.

덴마크의 성교육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덴마크는 성교에 따른 책임부터 피임기구 사용법까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학교 주치의는 학생들의 불임 시술도 해준다.

독일에선 한국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성교육이 진행된다. 포르노에 버금가는 영상 교육을 받거나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의사들이 학교를 방문해 교육한다. 독일의 성교육은 구체적인 성 지식뿐 아니라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 등의 내용을 담아 학생들의 건전한 성 의식 형성을 도와준다.

그렇다면 한국은 성교육은 어떨까. 한국은 모든 학교에서 연간 10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진행하다 학교 성교육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2013년부터는 학생들에게 연간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성교육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교육 내용 대부분이 성행동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한국에는 성을 천박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성교 억제 등의 금욕적인 교육만으로는 10대의 성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체감적인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의 우수한 성교육 제도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9년 유네스코가 발간한 '조기 성교육 지침서'가 연령대별로 제시한 성교육 지침서에는 5세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성교육 지침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제 성기를 만지며 즐기는 행위가 바로 자위행위고, 성기를 만지면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성 문제에 유독 보수적인 한국의 부모들은 유네스코의 지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herme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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