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 100만명 시대] (1) 대학 문화가 된 휴학

석남준 기자 2012. 12. 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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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 100만명 시대.. 한국 성장판이 막혀있다

경남의 한 국립대 중국학과 김민우(가명·25)씨는 4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인 지난 2월 휴학했다. 이후 매일 아침 8시면 학교 도서관에 나와 밤 11시까지 영어와 상식을 공부한다. 밥을 먹거나 쉴 때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같은 과 동기 5명과 함께 움직인다. 이들도 모두 휴학 중이다. 이 학교 중국학과 4학년은 정원 5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4명이 휴학 중이다. 김씨는 "곧장 졸업해서 청년 백수가 되느니 휴학을 통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낫다"며 "요즘 대학생들에게 최소 2∼3학기 휴학은 필수"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대학 휴학생이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 (KEDI)의 '2012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올해 휴학생 수(4월 1일 기준)는 93만2703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47만1400명)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휴학생'이라는 계층이 하나 생겨난 것이다.

휴학은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대학 문화의 하나가 됐다. 2001년 들어 처음 90만명을 넘어선 휴학생 숫자는 작년까지 12년째 단 한 번도 90만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또 본지 취재팀이 올해 전국 216개 4년제 대학, 8069개 학과의 휴학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휴학률이 30% 이상인 학교가 95개(43.98%)에 달했다. 휴학률이 30% 이상인 학과는 3390개(42.01%)였고, 이 중에서도 1002개 학과는 휴학률이 40%를 넘었다. 휴학생이 절반 이상인 학과도 249개에 이르렀다. 본지 취재팀이 최근 한 달간 심층 인터뷰한 휴학생 100명 가운데 90명은 "스펙을 쌓거나 등록금을 벌려면 휴학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휴학생 100만명 시대'에 대해 우려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센터장은 "휴학으로 젊은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이는 결국 결혼과 출산의 연기, 부실한 노후 대비로 이어지는 등 각종 사회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대학생 3명 중 1명꼴로 휴학 중인 사실은 학생들이 사회에 원활하게 진출하지 못해 우리 사회의 성장판을 가로막을 수도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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