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줄인 치마, 언니에게 들켰을 때 죄책감에 눈물.. 그때부터 공부했죠"
지난 5일 건국대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KU 자기 추천)으로 철학과에 합격한 부산 성모여고 3학년 박현진(18)양은 중학교 시절 그렇게 모범생은 아니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짧게 줄인 교복 치마로 갈아입고 불량 학생들과 어울렸다. 박양은 "주목받고 싶었고, 그때는 그게 (주목받는) 유일한 방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역시 짧은 치마로 갈아입다가 언니한테 들켰다. 유치원 때부터 맞벌이하는 부모 대신 자기를 돌봐주던, 누구보다 의지하던 언니였다. 그간 언니를 속이고 나쁜 행동을 한 죄책감에 펑펑 눈물이 나왔다. 그때부터 박양은 어울리던 친구들 무리에서 어렵게 빠져나와 혼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박양은 건국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이런 중학교 시절 경험을 솔직히 썼다. 자기소개서에 정해진 문항은 무시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쓰고도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건국대 김경숙 입학전형전문교수는 "중학교 시절 이야기,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기소개서에 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단한 용기"라고 했다.
20일 건국대 합격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박양을 만나 "왜 그런 내용을 밝혔느냐"고 묻자 "(중학교 때 경험이) 내가 지금까지 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공부하기로 결심한 후부터는 독하게 책을 파고들었다. 평소 다니던 무리에서 벗어나자, 한동안 왕따처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성적은 중2 때 전교 250등에서 중3 때 40등까지 올랐다. 고교에 들어가서는 쉬는 시간에도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공부를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고1 때 150등이었던 성적을 고2·3학년 때는 전교 10~20등까지 끌어올렸다. 건국대도 이렇게 박양이 변하기 위해 쏟은 노력과 반성을 높이 평가했다. 건국대 박성열 입학처장은 "무조건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솔직히 밝히고 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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