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되면 공부 끝이라고요? 지식 쌓아야 미래가 열리죠"

김세영 맛있는공부 기자 2012. 8. 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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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학업' 한 번에 잡은 똑똑한 연예인 2인을 만나다

208만3447명. 오는 17일 첫 방영을 앞둔 케이블TV 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 예선 지원자 수다. 최근 한창 전파를 타고 있는 현대모비스 '노벨 프로젝트' 광고 캠페인은 '모든 아이가 같은 꿈(아이돌)을 꾸기 시작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연예인 지망 청소년의 머릿속엔 '연예인만 되면 지긋지긋한 공부 안 해도 되겠지'란 생각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한 번 따져보자. 과연 모든 연예인이 '공부와 담쌓은' 이들일까? 맛있는공부가 이 같은 논리를 기분 좋게 뒤집는 연예인 둘을 만났다. /편집자 주

◇'늦깎이 입학' 학과 수석 차지한 배우 구혜선

구혜선(28). '왕과 나'(SBS·2007), '꽃보다 남자'(KBS2·2009)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던 배우다. 그런데 2008년을 기점으로 그의 프로필은 끊임없이 '배우 그 이상'을 넘나들었다. 소설 겸 일러스트집 '탱고'(웅진지식하우스) 출간과 동명의 전시,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59)와의 협연(이상 2009), 영화 '요술' '당신' 연출과 자작곡 '갈색머리' 디지털 싱글 발매(이상 2010)….

그의 변신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계속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에선 그가 직접 연출한 3D 단편영화 '기억의 조각들'과 장편영화 '복숭아나무'가 상영 중이다. 다음 달 17일부턴 서울 예술의전당(서초구 서초동)에서 120여점의 작품으로 꾸며진 두 번째 개인전이 막을 올린다. 같은 달 두 번째 소설 '복숭아나무'(웅진지식하우스)도 출간된다.

하지만 요즘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은 '학업'이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를 중퇴하고 지난해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영상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지난달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별안간 '구혜선 학점'이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1학기 평점을 4.44점(4.5점 만점)으로 마무리하며 학과 수석을 차지한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결석은커녕 지각 한 번 안 하고 바쁜 일정 틈틈이 악착같이 공부해 이룬 결실이었다. 지난 학기 그는 7개 과목 18학점을 신청했다. "등교는 1주일에 사흘만 했어요. 학교 가는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도 건너뛴 채 강의에 매달렸죠. 나머지 나흘도 과제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곤 했어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그것도 완벽하게 해내는 비결은 '철저한 시간 관리'에 있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180여개 연락처를 30여개로 줄이는 등 불필요한 인간관계부터 정리했어요. 시간은 되도록 잘게 쪼개어 쓰려고 노력합니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하루에 '몰아서' 진행하는 식으로요. 오늘도 밖에 나온 김에 머리 염색하러 갈 생각이에요."(웃음)

혹자는 구씨의 전방위적 활약을 삐딱한 시선으로 대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잘하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그는 반문했다. "꼭 한 가지 활동만 열심히 해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국어·역사·과학 같은 과목도 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잖아요. 예술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작업이 각 분야에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결과가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영화는 그간의 활동을 하나로 집약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영화감독 구혜선'의 탄생 배경엔 그가 이제껏 축적해 온 경험치가 응축돼 있는 셈이다.

그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조언은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배워서 남 주냐'는 옛말도 있잖아요. 배운 것들은 결국 '피'와 '살'이 되더라고요."

◇"넓은 세상 접하고파" 학업 병행하는 가수 예은

지난 학기 경희대에선 '창작 여행: 소설의 매혹'이란 교양 강좌가 개설됐다. 강의는 수강생이 직접 쓴 단편소설을 서로 평가해주는(合評)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을 맡았던 노희준(39)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는 유독 한 수강생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합평 수업 때마다 '작품을 미리 읽어오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을 예리하게 던지곤 했던 그 학생은 포스트모던음악학과(보컬) 박예은(23)씨.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예은'과 동일 인물이다.

예은은 경희대가 추천하는 '연예인 출신 모범 학생'의 대표 주자다. 그는 지난 2008년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희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같은 해 수시모집에선 이화여대 법학부에 지원, 1차 전형을 통과했다). 입학 후 미국 활동 등의 이유로 복학을 미뤄 온 그는 올봄 3년 만에 학교로 돌아와 지난 6월 발매된 앨범 '원더 파티(Wonder Party)' 활동을 병행하며 세 번째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분주한 일정을 쪼개 그가 학교로 '컴백'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싶어서'다. "전공 수업을 함께 들으며 사귀는 친구, 교양 강의에서 접하는 지식 모두가 '작은 세상'"이란 게 그의 설명.

예은이 무대와 학교를 오가는 '이중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는 배경엔 그만의 '자투리 시간 활용론'이 자리 잡고 있다. "고교(경기 고양 정발고) 시절부터 공부 외에 댄스·보컬 동아리 활동을 병행했어요. 그때부터 '짧은 시간에 바짝 집중하는' 공부법이 몸에 밴 셈이에요. 고 1 때 한 선생님이 '과목당 공부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마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기억했다가 응용했죠. 맘 놓고 길게 집중하긴 어렵지만 싫증 내지 않고 여러 과목을 훑는 덴 자투리 시간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시간표 짤 때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학기엔 모든 강의를 오전 시간대로 몰았다. 이전 학기 그는 등교일을 최대한 줄이려고 수업을 이틀간 집중시켰다가 방송 출연 일정 때문에 수업을 줄줄이 빼먹곤 했다.

대학생이 된 후 그는 든든한 '멘토'를 한 명 얻었다. 신형원(54)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 "이번 학기엔 기말고사 기간과 앨범 활동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학업을 포기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달라진다'는 교수님 말을 들으며 기운을 냈습니다."

사실 신 교수의 충고는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에게 예은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망생 중 일부 친구는 '일단 가수만 되면 다 잘될 것'이라며 다른 일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깁니다. 목표가 하나뿐이라면 그걸 이뤄도, 이루지 못해도 불행해질 거예요. 장기적 시각을 키우려면 '인생 계획표'를 작성해보세요. 저도 중 3 때 제 일생을 계획표로 만들었었거든요. 'JYP 입성'부터 '자서전 출간'까지…. 그 중 4분의 1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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