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가원 "교과서 신영복 교수 약력 줄여라"

송현숙 기자 2012. 7. 1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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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세하고 편파적 옹호" 출판사에 수정 권고 드러나'도종환 파문' 이어 또 논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작품이 실려 있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71)의 소개글(글쓴이 안내) 분량을 줄이라고 출판사에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가원이 개인 이력을 보완하라고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평가원은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번복했었다.

평가원이 18일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학교 국어교과서 검정심의회는 지난 6월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 교수의 개인 소개글을 문제 삼았다.

검정심의회는 '글쓴이 안내에서 유독 이 저자의 학력과 약력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으므로 다른 저자의 경우와 일관성이 있도록 보완 바람'이라고 결정했다.

국어교과서 검정심의회가 보완 근거로 내세운 것은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옹호"라고 밝혔다.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옹호는 검정심의회가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삭제할 때에도 제기했던 이유다. 이 때문에 검정심의회가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의 글에 대해 편향된 심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고교 국어교사는 "작가 소개는 교사가 가르칠 때의 참고사항일 뿐인데 평가원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꾼 이유가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관여한다면 국정교과서보다 못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신 교수의 소개글은 다른 저자의 소개글과 분량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검정심의회의 잣대에 의문이 제기된다.

검정교과서 출판사들은 국어교과서에 글을 쓴 저자들의 출생지나 학력·경력·주요저서·작품세계 등을 3~4줄씩 소개하는 글을 싣고 있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꿔 갑니다'라는 글이 실린 신영복 교수의 경우 글쓴이 소개가 4줄이다. 같은 페이지에 소개된 5명의 저자 중 3명은 4줄, 2명은 3줄 분량이다. 신 교수에 대한 소개글만 줄일 경우 오히려 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의 국어교사는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옹호라는 부분이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뚜렷한 원칙 없이 회의 한번 열고 기준을 정하는 검정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검정심의위원 구성도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원 측은 "도종환 시인 파동 이후 교과서 검정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있어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영복 교수 약력 부분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수정 보완본 제출 때 합리적인 이유를 들면 그 부분을 감안해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진 평가원 교과서 검정본부장은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것은 별로 문제 삼지 않지만 (신영복 교수의 경우) 다른 저자에 비해 개인적 이력이 너무 자세히 나와 수정·보완을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그러나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개인 이력이 길다는 이유로 수정·보완을 권고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은 성태제 평가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교과위는 25일 성 원장의 상임위 출석을 요구해 놓았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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