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에 갇힌 논쟁..국공립대 통합·개혁이 핵심

2012. 7.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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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당 교육개혁안' 이슈 재점화

주요 내용은? 30개 국공립대 공동학점…서울대, 학부생 안뽑고 강의만서열화 재편? 서울대 수준 '상향평준화' 목표…"명문 사립 쏠림" 반론도경쟁력 상실? 우수학생 '준무상교육'…공무원·국립대병원 할당제 필요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1일 민주당의 교육개혁 방안으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일부에선 이 방안이 '서울대 폐지론'을 뜻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대선을 앞두고 지방 표를 의식한 '인기 영합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는 2003년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가 대학 서열 체제로 인한 무한경쟁 교육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제안했고,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알려졌다. 한국의 4년제 대학 183곳 가운데 사립대가 83.6%(153곳)에 이르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공립대 체제를 개혁하고 국공립대의 역할과 비중을 점점 확대하자는 취지다. 방안을 보면,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의 국공립대 30곳을 하나의 거대 대학 체제로 통합해 신입생을 통합 선발하고 공동 학점을 부여하게 된다. 서울대는 학부생 쏠림으로 인한 수도권 중심주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학부생을 선발하지 않지만, 학부 강의는 유지한 채 전국의 통합네트워크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 학위를 주게 된다.

2004년 3월 노무현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도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개념을 일부 차용해 '국립대 공동학위제' 구상을 밝혔지만, 안병영 당시 교육부 장관 등 교육관료들이 '좋은 대학에 가려는 분위기는 권장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여론도 '서울대 폐지' 논란에만 집중되면서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지만 그 뒤에도 진보정당과 교수단체 등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단점들을 보완한 개혁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서울대 폐지로 연·고대 중심 학력 서열화 재편?민주당의 이번 방안은 이런 논의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가 문제가 많다고 없애버리면 서울대 다음인 연세대나 고려대 중심으로 학력 서열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다른 교수도 "서울대가 국립대 '서울 캠퍼스'로 바뀌어도 '서울 캠퍼스'가 (대학 서열의) 꼭대기에 설 테고, 학생들이 그곳으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010년 민주노동당의 '국공립대 통합단과대 체제' 제안을 주도했던 손우정 희망행정네트워크 자문위원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는 서울대 폐지론이 아니라 국가재정 집중투자로 국공립대 교육의 질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자는 것"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대 퇴출 등 경쟁 중심 교육 체제에서, 전국의 국공립대가 학력 서열화의 대안적 안전망이 되는 공공성 중심 교육 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손 위원은 "수도권 사립 '명문대'가 중심이 된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거대한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지방을 되살리는 토대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공립대 하향 평준화로 경쟁력 상실?서울대가 학부생을 선발하지 않아 독점적인 지위를 잃으면, 국공립대는 '하향 평준화'로 경쟁력을 잃고 학생들이 사립 '명문대'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된다. 이 때문에 현실화 방안으로 '국공립대 사실상 무상교육'과 '공무원 채용 때 지역대학 출신 할당제' 등이 대안으로 논의돼왔다.

2011년을 기준으로 국공립대 30곳의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합친 등록금 총액은 1조9040억원이고, 이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전액 감면하려면 1조5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 예산으로 논의되는 7조원의 20% 수준으로, 이 예산이 투입되면 국공립대 학생들이 1년에 수업료 70만원 정도만 내고 사실상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인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시장 논리가 중심이 되어 특목고와 강남 출신 등 부유층 학생들이 다수 진학하는 사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국공립대의 성장동력과 공공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라고 말했다.

'명문대' 진학의 주요 목적은 노동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 확보인데, 이런 독점적 지위를 흔들기 위해 공무원과 거점 국립대병원 등 의료기관 인력을 뽑을 때 일정 비율을 지역 대학 출신자에게 할당하자는 방안 등도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포함돼 있다.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은 "공무원 선발에 지역의 교육기관 출신자를 일정 비율 할당해 지역에서 배출된 인력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미국의 '고용 기회 균등' 정책처럼 정부의 국책사업 참여 기업을 선정할 때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출신 학생 채용 비율을 주요 기준으로 삼거나, 일정 비율 이상을 선발하라는 기준을 두는 제도를 시행하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박현철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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