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기준이 뭐냐".. 곤혹스런 경찰
현황조사 나섰지만 실체 불분명학교선 협조안해… 명단파악 애로학생들도 부담 느껴… 성과 못내
[세계일보]"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학부모나 교사가 싫어한다. 애들도 부담스러워하고…"(A경찰서 강모 경위)
"일진이 뭔지 들은 게 없다. 기준이 모호하고, 파악하기도 어렵다."(B경찰서 이모 경위)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전국 중·고등학교 '일진회'의 현황 파악에 나섰지만 "일진이 뭐냐"에 대한 논란으로 일선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일선 형사들은 학교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불분명한 일진 기준 때문에 '해체 작업'은 제쳐두고 1차적인 명단 작성도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14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일선서 학교폭력 담당 형사들에게서 현황 파악 실태를 확인해보니 "누가 일진이고 아닌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경찰은 주로 각 학교의 불량서클 가입자를 중심으로 일진을 파악하고 있다. 학교 앞에서 귀가하는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는 탐문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소위 '사고'를 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진을 파악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일진'으로 볼 수 있냐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C경찰서 김모 경사는 "어떤 아이들을 '일진'이라고 하는지에 대해서 합의된 바가 없다. 단순히 '싸움을 잘하는' 아이들인지, 소위 사고 친 애들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밝혔다. '노는 아이들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일진회라는 것이 성인사회의 조직폭력집단과 달리 실체가 명확하지도 않다.
한 경찰관은 "일진으로 불리는 아이들과 친한 애들 전부를 일진회라고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행동강령이 있거나 정식으로 가입·탈퇴하는 조직도 아니다. 아이들한테 '자진탈퇴서'를 받으라는데, 실체도 없는 조직에서 어떻게 탈퇴를 시키라는 건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탓에 경찰 수뇌부가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치밀한 사전계획이나 지침 없이 일선 형사만 다그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D경찰서 박모 경위는 "싸움 좀 한다고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들일 수도 있는데 잠재적인 범죄자로 모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면서 "부모들이 '우리 아이 인생 망치면 경찰이 책임질 거냐'며 항의 전화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일선 형사들은 학교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일진회 파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D경찰서 이모 경위는 "학생들한테 직접 접근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학교와 협조해서 알아볼 수밖에 없다"면서 "생활지도부장 등을 만나지만 잘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경찰서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E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학교의 명예와 관련이 있어 학생 명단을 경찰에 넘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간혹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이 조사를 받으러 오면 물어봐서 '알음알음' 파악하는데 그 학생한테 직접 가서 '네가 일진이냐'고 확인할 수도 없지 않나. 학교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사실상 파악이 힘들어 성과가 미진하다"고 말했다.
김유나·서지희·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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