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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산 부담 때문인듯

교차감염 등 위험성

백신 접종 이후에도 구제역 발생이 확산되면서, 소만을 대상으로 한 국지적 '링 백신 접종' 방식의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 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극적 방책을 고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5일 접종을 시작한 경북과 경기 북부의 5개 지역에 이어, 27일부터 경기 남부의 여주·이천·양평에서도 10㎞ 범위의 소한테만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수가 훨씬 더 많고 구제역 전염력이 훨씬 강하다는 돼지는 접종 대상에서 뺐다. 그 이유로 농식품부는 △양돈농가는 대규모여서 상대적으로 방역 관리가 잘되고 △다른 가축에게 옮기는 전염력은 강하지만 소보다는 구제역에 잘 걸리지 않으며 △임상 증상이 금방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대신 구제역에 걸린 돼지는 곧바로 '매몰처분'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은 방역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소규모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돼지는 매몰처분 방식을 유지하는 '이원적' 대응을 끌고 간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예산 부담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000만마리가량의 돼지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예산만도 1600억원대에 이르고, 접종 이후 사후처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내년 초까지 확보할 백신 물량도 150만개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는 6개월 만에 출하하기 때문에 두 차례 백신 접종하는 두 달 가까운 기간에 도축 출하가 어려워지는 실질적인 부담이 생긴다"며 "2000년 백신 접종 때는 정부가 백신 맞은 돼지를 수매한 뒤 헐값으로 처분했는데, 예산 부담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규계 제주대 교수(수의학)는 "소와 돼지 사이에도 구제역이 교차감염되기 때문에 백신 맞지 않은 돼지를 통해 구제역이 번져나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형성되는 항체의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구제역에 걸려서 생긴 항체와 백신 접종 때문에 생긴 항체를 구분해서 처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같은 백신 접종 방식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링 백신 접종 대상 지역을 이틀 만에 3곳 더 늘린 것은 초기 판단이 잘못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는, 소극적인 링 백신 접종의 효과가 더더욱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매몰처분의 잔인함을 지적해온 동물보호단체 쪽은 돼지를 무자비하게 생매장할 것이 아니라 소와 같이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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