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양극화..노인 '소득절벽' 어쩌나

박종오 2016. 8.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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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37.8%’ 지난 5월 현재 국내 65~79세 고령층 인구의 고용률이다. 전체 노인 532만 3000명 중 취업자 수가 201만 2000명에 이른다. 3명 중 1명꼴로 일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3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8%를 두 배 이상 웃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취업 노인의 4.5%인 8만 1962명이 폐지 줍는 일을 했다. 폐지 줍는 노인 10명 중 8명은 월 소득이 30만원을 밑돌았다. (작년 하반기 경기 부천시 조사)

한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직장에서 일찌감치 밀려나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노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상·하위 10% 소득 격차, 3년만에 최고

△상위 10%·하위 10% 가구의 경계소득 배율 [단위:배, 자료:통계청]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소득 상위 10% 가구(2인 이상)와 하위 10% 가구의 경계소득 배율(상위 10% 경계소득/하위 10% 경계소득)은 5.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최고치다.

경계소득은 소득 구간을 나누는 기준 금액이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10%를 가르는 경계소득이 100만원일 경우 이보다 적게 벌면 하위 10% 아래인 빈곤층에 속한다는 뜻이다. 경계소득 배율은 OECD가 사용하는 여러 소득 분배 지표 중 하나로, 수치가 커질수록 빈곤층과 부유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는 의미다.

이 배율(이하 2분기 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6으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낮아져 왔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 5.2에서 2014년 4.9, 지난해에는 4.6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이며 반등한 것이다.

이는 인구 고령화로 직장에서 은퇴해 ‘소득 절벽’과 맞닥뜨린 노인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근로소득이 쪼그라들었거나 아예 없는 고령층이 빈곤층에 새로 유입되며 고소득층과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령층은 은퇴하면 근로소득이 없어지면서 바로 1분위(소득 하위 10%)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노인이 과거보다 가난해졌다기보다는 1분위에 새로 편입한 고령층이 늘고 작년과 재작년 은퇴자 소득을 높였던 기초연금 지원 효과도 사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국내 65세 진입 인구는 2011년 35만 9000명에서 지난해 45만 5000명, 올해 46만 6000명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올 2분기 소득 하위 10% 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65.4세로 전체 가구주 평균 연령(51.2세)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014년 86만 6119원, 지난해 103만 1379원에서 올해 92만 890원으로 1년 새 10.7% 급감했다. 근로·사업소득이 작년 49만 176원에서 올 들어 38만 957원으로 10만원 가까이 내려앉은 영향이 컸다.

◇내수 발목 우려…“노인 연금·일자리 지원 확대해야”

이런 경향은 다른 분배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4.51로 작년 2분기(4.19)보다 0.32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치는 2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5.24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개선(하락)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하위 20% 소득이 전년보다 6% 줄고, 상위 20%는 1.7% 늘어나는 엇갈린 모습을 보이며 소득 분배가 다시 악화한 것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 역시 가구주 평균 나이가 61.1세로 상위 20%(48.7세)보다 열 살 이상 많다.

문제는 이같은 고령층 소득 빈곤화 현상이 개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내수 경기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분기까지만 해도 78.4%로 전체 가구 평균(75.3%)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 수치가 이듬해부터 역전되더니 올 2분기에는 65.5%로 전체 평균(70.9%)을 오히려 크게 밑돌고 있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 고령층일수록 소비 성향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은퇴 쇼크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복지·일자리 등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OECD는 지난 5월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OECD 최고 수준인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을 낮추려면 최저소득 수준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는 공적 연금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작년 12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개편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은 근거법이 없는 상태에서 노인복지법 일부 조항에 기초해 시행되고 있다”며 “일본이 1996년 고령사회대책대강 등을 제정해 고령자의 사회 참가 활동을 지원한 것을 참고해 노인 일자리 지원법을 마련하면 사업 예산과 당위성, 국민 신뢰 확보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서구의 경우 2차 대전 이후 연금 제도를 대폭 확대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고령층이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단 연금뿐 아니라 현금, 일자리 지원 등을 함께 확대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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