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출연 10억엔과 소녀상은 별개.. 철거조건 내세우면 나부터 사퇴"

입력 2016. 7. 29. 03:05 수정 2016. 7. 29.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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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재단 출범]화해-치유재단 김태현 이사장

[동아일보]
“일본 정부가 돈을 내놓는 조건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끌어들이면 이사장을 그만두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66·성신여대 명예교수)은 재단 출범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중구 통일로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단 설립이 소녀상 철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근거 없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재단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나도 위안부 합의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상적인 합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무릎 꿇고 사과하며 10억 엔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배상금으로 내놓는 것이었을 거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재단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누비며 위안부 피해자 37명 측과 대화한 끝에 ‘할머니가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한을 풀어 드리려면 이만한 합의라도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너무나 연로하고 지친 탓에 ‘완벽한 사과는 아니지만 이거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훨씬 많았다.”(그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러 다닌 동선을 지도에 그려 보면 총 5840km가 넘는다)

―몇 명이나 재단에 찬성했나.

“정확한 수는 말할 수 없지만 80% 정도는 긍정하는 의사를 표현했다. 녹음 파일로 증명할 수도 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사죄의 뜻이 담긴 지원금을 받는 것 자체로 응어리가 풀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면담한 지 엿새 만에 숨진 할머니를 조문하기 위해 유족을 찾았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며칠 동안 잠을 잘 주무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눈을 감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면 받아줄 수 없다’며 재단 참여를 완강히 거부한 할머니도 계셨다. 그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재단의 취지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고 나중에라도 참여해 주길 바란다.”

―10억 엔을 어떻게 쓸 건가.

“기념관 건립 등 대형 토목공사로 대표되는 기념사업에 돈을 많이 쓸 생각은 없다. 할머니들에게 지원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을 때 ‘손녀의 신장 이식 수술비를 대 주겠다’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 ‘평생소원인 금팔찌를 차 보고 싶다’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지만 기념사업보다는 직접 지원금을 선호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사업 등 기념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정된 재단금은 생존자 위주로 직접 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

―지난달 10억 엔을 ‘치유금’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합의문에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치유를 강조하고자 하는 마음에 ‘배상금’ 대신 치유금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나중에 내 말에 모순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베 총리가 전 세계를 향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며 내겠다고 한 돈이니, 배상금이자 치유금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했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사진 중 5석이 공석이다.

“재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인사라면 어렵겠지만 지금껏 재단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도 모시려 한다. 우선 역사학자 한 분을 영입하기 위해 추진 중이고 나머지 4명은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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