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강요한 화해..위안부 재단 출범 강행

2016. 7. 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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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학생 20여명 출범 기자회견장 한때 점거
정대협 등 ‘화해·치유 재단’ 반대 성명·회견

김태현 이사장 “피해자 대다수 찬성” 주장
찬성 비율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재단운영 행정 비용은 한국 정부 부담할 듯
10억엔 출연 시점, 소녀상 문제 등은 미결

20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4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제10차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NGO 리더들을 참석자들이 나비모양의 손팻말 등을 들고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합의를 진행해놓고 10억엔을 받기로 한 것은 우롱이다!”

28일 오전 11시5분께, 대학생 20여명이 서울 중구 ‘바비엥2’ 건물 지하 그랜드볼룸으로 들이닥쳤다. 지난해 12월28일 한국·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12·28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 재단’ 출범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회견장을 점거한 이들은 “화해는 가해자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 등은 성명을 내어 “피해자들의 권리를 돈의 문제로 전락시키는 한-일 합의와 화해·치유 재단을 정의·인권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12·28 합의 강행과 화해·치유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들’도 이날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시각 화해·치유 재단은 같은 건물에 마련된 사무국에서 첫 이사회를 비공개로 열고 현판을 내걸었다. 대학생들이 30여분 만에 경찰에 끌려나간 뒤 김태현 초대 재단 이사장(성신여대 명예교수)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피해 당사자 의견수렴을 하며 총 37명을 만났고 정대협 쉼터에서 지내는 3분은 거절해 못 만났다. 나눔의 집 10명 거주자 중 의사 표현이 가능한 2명 중 1명은 찬성, 1명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개별 거주자 가운데 몇명이 찬성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한번에 내놓기로 한 출연금 10억엔(107억원)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료비 지원과 위로금 등 ‘피해자 직접 수혜 사업’에 주로 쓰고,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재단 운영 비용은 12·28 합의 당시 정부 설명과 달리 한국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억엔은 피해자 직접 수혜 사업에 쓰이는 비중을 최대화하자고 논의됐다. 행정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재단 운영 비용은 한해 4억~5억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 시점과 사업 방향 등은 한-일 정부 사이에 아직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부가 사업의 상세한 내용을 조정 중이다. 일본의 자금 출연 시기는 미정이다”라고 밝혔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스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서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소녀상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간의 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그간의 정부 견해와 온도차를 보였다. 다만 김태현 이사장은 “소녀상과 10억엔은 전혀 별개다”라고 말했다.

김진철 김미향 박수진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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