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 '묻지마 기소' 檢 국민 심판 받는다

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2016. 7.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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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일반교통방해' 정용필씨 국민참여재판 결정
지난해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사진=황진환 기자)
집회에 참가한 일반인들이 도로 행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무차별적으로 기소해온 검찰이 국민들이 참여하는 법정에서 심판을 받게 됐다.

원래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적용을 받지만,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상대적으로 처벌하기 쉬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남용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일반교통방해죄는 빈번히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가 지난 2010년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과잉 논란이 계속됐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국민 배심원단이 직접 일반교통방해죄의 과잉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다음달 31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 출신 정용필(28)씨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기로 했다.

정씨는 대학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지난해 4월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4·16연대가 주최했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 도중 차벽을 설치하면서 평화시위가 벌어지던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씨를 포함한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도로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입건됐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정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수로, 다리를 부수거나 교통을 방해한 사람'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정씨 사건은 형사단독 재판부에 배당됐지만,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정씨 측 요청을 받아들여 3인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정씨가 국민 배심원단의 판단을 받기로 한 것은 일반교통방해죄를 남발해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경찰·검찰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또 집회 참가자들의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 점거 행위가 불법인지만 따지는 사법부의 관성적인 판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지미 변호사는 "검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집시법으로 기소하기 어려울 때 상대적으로 처벌하기 쉬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시법으로 기소하려면 참가자가 폭행을 휘둘렀거나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교통방해죄의 경우 참가자가 도로 위에 서 있는 사진 하나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검찰연감통계에 따르면 최근 9년 동안 집시법으로 입건된 건수는 1339건(2005년)에서 1272건(2014년)으로 67건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반교통방해로 입건된 건수는 1296건에서 2593건으로 무려 두 배나 급증했다.

특히 이명박정부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던 2008년에는 일반교통방해로 입건된 건수가 31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1950건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935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입건된 건수의 3분의 1 가량이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애초에 집회 참가자들을 무리하게 입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과중한 형량도 논란거리다. 정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돼 벌금을 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집회 주도자가 아닌 일반 참가자"라며 "일반인이나 학생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 집회 참여를 꺼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씨 사건을 맡은 김 변호사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형량은 과실치사의 형량과 비슷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며 "단순히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이런 중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맞는지 일반 국민의 상식선에서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afric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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