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화약고' 품은 국토부, 깊어진 후폭풍 고심

김희준 기자 2016. 6.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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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발표 앞두고 엇갈린 영남권..정치권도 가세 여론 집중포화 받는 국토부..의혹제기에 '진땀' 신공항 발표 후 '후폭풍'예고..어려워지는 국토부 행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역 당원들과 함께 9일 오전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해 부산시 신공항 추진단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16.6.9/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영남권 신공항이 발표된 후 완공 때까지 영남권 어느 곳이라도 지금과 같은 분쟁이 있다면 솔직히 우려스럽다."(국토부 관계자)

국토교통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밀양과 가덕도를 두고 부산과 영남권 4개 시·도의 논쟁이 정치권으로 전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입지선정의 전과정을 외부용역에 일임하고 있지만 발표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향후 정책을 고심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7일 오전 경남 밀양시청 소회의실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부산지역이 무분별하게 전개하고 있는 영남권신공항 유치활동이 신공항 입지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5.17/뉴스1 © News1 이철우 기자

◇신공항 발표 앞두고 엇갈린 영남권…정치권도 가세

영남권 신공항은 오는 2023년 활주로 용량이 가득 차는 김해공항에 대비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이란 이름으로 지난 2003년부터 논의됐다.

경제성 미흡으로 2011년에 무산됐다가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논의가 재개됐으며 오는 6월 국토부의 입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영남권 5개 시·도 중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나머지 4곳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이중 Δ경남 Δ경북 Δ대구 Δ울산은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등 주변 산단과의 접근성을 들어 밀양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향후 신설될 신항만도 같이 입지시켜 물류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영남권에 연고를 둔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역 당원들과 함께 지난 9일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친박 핵심인사인 서병수 부산시장마저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는 등 평가절차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신공항은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가능하며 나아가 해상운송·육상운송과 함께 해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가덕도 지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을 통해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더민주당 문재인 전 의원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질책했다. 이틑날인 10일에도 "부산정치권 일부와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해 용역결과에 미리 시빗거리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내 부산 지역 의원과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물론 야권 내에서도 부산 지역 의원과 대구 지역 의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등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 News1 구윤성 기자

◇여론 집중포화 받는 국토부...의혹제기에 '진땀'

상황이 격화되면서 엄정중립을 선언했던 국토부도 여론의 집중포화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달 초엔 부산일보가 국토부 관계자의 발언임을 전제로 신공항 입지 선정 고려 항목에서 고정장애물 안전성 평가 부분이 제외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정장애물 안정성 평가 부분이 제외되면 상대적으로 산이 많은 밀양이 가덕도에 비해 유리해진다. 이 때문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부산시는 물론 지역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들고 일어나 항의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또 탈락할 경우 불복운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국토부 안팎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모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맡긴데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할 국토부 공무원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의 통화에서 "고정장애물 등 안전성 평가 항목이 용역에서 왜 제외됐느냐"는 질문에 "공역 관련 안전성은 당연히 포함된 것이며 빠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번엔 입지 선정 과정에서 '항공학적 검토'가 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 장관의 공역 관련 안전성 포함 발언이 이를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항공학적 검토란 항공기 이착륙 진입로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줄이지 않더라도 항공기 운항기술 등으로 안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적 검토를 말한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항공학적 검토를 도입할 경우 역시 주변의 많은 산이 단점인 밀양이 유리해진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즉시 "강 장관의 발언은 공항건설 과정에서 안전성이 당연히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ADPi 용역결과 발표시 모든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신공항 발표 후 '후폭풍'예고…어려워지는 국토부 행보

문제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지역분열은 물론 정치권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지면서 국토부 정책에 대한 논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오는 24일께로 전망되는 신공항 입지 용역보고서 발표를 발표장소 섭외와 통역 등의 문제를 제외하고 철저하게 용역업체인 ADPi 위주로 가져갈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입지 선정 시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토부가 20억원을 들여 해외업체에 입지 선정에 대한 용역을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토부 안팎에선 신공항 건설 전 과정에서 국토부의 역할이 이어지는 한 영남권의 분쟁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느 곳이 선정돼도 건설방식이나 투자비용 등 완공까지 전과정에서 탈락된 지역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같은 분쟁이 향후 건설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의 경우 탈락시 불복할 의사를 뚜렷히 하면서 신공항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과 지역여론의 집중포화가 국토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영남권 신공항 유치가 정치 쟁점화로 불거지면서 지난 2011년의 백지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지역공항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지역공항에 10조원 가까운 비용을 소비하면서 지역분열까지 장기화된다면 차라리 신공항 무용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h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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