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퓨' 가습기 살균제 원료, '날림 심사' 의혹

김세관 기자 2016. 5. 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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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14명 죽인 가습기살균제 '세퓨'원료..정부, 유독물 여부만 '해당없음' 통보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the300]14명 죽인 가습기살균제 '세퓨'원료…정부, 유독물 여부만 '해당없음' 통보]

PGH 유해성심사결과 공문. 사진=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수입심사가 진행됐던 2003년 당시 정부가 거의 백지에 가까운 결과 통지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은 날림 수준을 넘어 불법적 처리라고 주장했다.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은 2003년 4월3일 PGH에 대한 유해성심사결과통지서를 발행했다.

PGH는 14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물질이다. 당시 수입대행업체인 S사 김 모 대표가 같은 해 2월 연구원에 수입에 따른 유해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해 관련 심사가 진행됐다.

이후 연구원은 유해성 여부 심사를 약 두 달 여간 진행, 4월3일 심사 결과 통지서가 발행된 것.

연구원이 작성한 유해성심사결과 통지서를 살펴보면 심사 항목 중 △유독물 등 해당여부 중 '해당없음' 문구에만 체크가 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PGH 유해성 심사결과 통지서. 사진=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다른 심사 항목인 △유해성 △취급 시 주의사항 △기타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취급제한 내용 포함) 등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한 내용은 공란으로 돼 있다.

그러나 S사가 연구원에 제출한 유독성 심사 신청서에는 '연소가스 형태로 흡입하지 말 것', '흡입시 신선한 공기를 마실 것' 등의 경고 내용이 담긴 PGH제조사인 덴마크 케톡스사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함께 첨부돼 있었다.

아울러 S사 김 대표가 직접 작성한 유독성 심사 신청서에 PGH의 환경배출 경로를 '스프레이나 에오로졸'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PGH를 가스 등의 형태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PGH 제조사와 국내 수입사 모두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원은 유해성심사결과통지서에 '유독물이 아니다'라는 결론 외에 어떠한 경고도 넣지 않았다. 날림으로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 같은 날림 의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대표적 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옥시 제품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심사 결과와도 비교되는 부분이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유공(현 SK케미칼)이 PHMG를 (1996년 카페트 항균제 용도로 쓰기 위해 유독성 심사를 정부에) 신청해 받은 유해성 심사 통보서를 보면 PGH 경우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제조 중지를 시킨다는 등의 최소한의 단서가 달려 있다"며 "PHMG 심사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였지만 PGH 통보서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는 처음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쓴다는 용도로 신청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통보서에도 이러이러한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중 국민건강에 위해가 있으면 사용 중지시킬 수 있다든지의 취급제한 기재가 있어야 한다" 지적했다.

이와 함께 PGH 유해성 심사 통지서 뿐 아니라 S사 김 대표의 심사 신청서 자체도 조작의혹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민변에 따르면 PGH 유해성 심사 신청서가 법정 서식에 적힌 '주요 용도'가 아닌 '주요 농도'로 조사 기준에 맞지 않게 제출됐는데도 연구원이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때도 정해진 서식 내용만 쓰지 항목을 임의로 고쳐서 신청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 아니냐. 그런데 '주요 용도' 항목을 '주요 농도'로 고쳐서 들어온 신청서를 그대로 통과시켰고 보완서류도 없었다"며 "또, 흡입 될 염려가 있는 경우 검토 후 흡입독성 시험 성적서를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규정(당시 화학물질의 유해심사 등에 관한 규정)돼 있는데 이에 대한 위반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서 뿐 아니라 결과통시서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PGH 유해성 심사는 날림이나 엉터리를 넘어서 불법적으로 처리됐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법정서식에 따라 맞춰서 통보를 한 거다. 다른 걸 임의로 뭘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민변이 제기한 신청서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면서 매번 (다시 해 오라고)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아 전화 보완도 많이 한다"며 "당시 전화로 문의하면서 검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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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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