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덮친 황사·미세먼지.. 국민들이 들이마신 후 '뒷북 중계'

손장훈 기자 2016. 4. 1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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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남부지방 황사 예보 없었고, 미세먼지 전망도 엉터리.. 황사 종료 예보 10일 아침→10일 오전→10일 오후 '오락가락'

남부지방은 중국발(發) 황사로, 중부지방은 고농도 초미세먼지로 지난 주말(9·10일) 이틀 연속 전국의 하늘이 온종일 어두컴컴할 정도로 음침했다. 하지만 기상 당국의 잇단 오보와 무신경으로 시민들은 황사·미세먼지의 습격에 속수무책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황사 예보를 하지 않았던 기상청은 시민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황사 농도가 치솟자 그제야 "황사가 왔으니 주의하라"고 알리는가 하면 황사 종료 시점도 '10일 아침'에서 '10일 오전', 다시 '10일 오후'로 수시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했다.

◇'뒷북 중계'와 오보 이어진 주말

지난 9일(토) 오전 전북 전주를 비롯한 대부분 남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당 2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주말을 앞둔 지난 8일 밤까지도 기상청 예보에는 없던 황사가 닥쳤기 때문이다. 황사 예보를 누락한 기상청은 그러나 시민들이 황사로 인한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된 지 한참 지난 9일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일부 남부지방에 옅은 황사가 나타나 10일(일) 아침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은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만 하루 동안 수시로 황사 예보를 바꿔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10일 아침까지"라는 당초 예보는 당일인 10일 오전 10시 20분쯤 "10일 오전까지"로 수정됐고, 이로부터 50분 뒤인 10일 오전 11시 10분에는 또다시 "10일 오후까지 남부지방에 황사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번복했다. 황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한 것이다. 대기 전문가 A씨는 "시민들이 1시간 간격으로 기상청 사이트를 찾아야만 알 수 있는 엉터리 예보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바람에 9일 오전 일찍부터 벚꽃놀이 등 나들이에 나선 전국의 많은 시민들은 마스크도 없이 누런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다.

이번 황사는 6일 새벽 중국 북부 지역에서 발원해 9일 오전부터 국내로 유입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가 지상에서 1500m 상공을 바람을 타고 지나가 국내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이후 대기가 정체되면서 황사 먼지가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기상업체에선 황사 예보를 했다. 케이웨더는 황사가 닥치기 전 8일 오후 7시와 9일 오전 6시 두 차례에 걸쳐 '중국 만주 지역에서 발원한 옅은 황사가 유입된다'고 알렸다. 이 회사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8일 밤과 9일 새벽 기온이 떨어져 공기가 하강 기류를 타면서 상공의 황사 먼지가 땅에 떨어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초미세 먼지는 높았는데 경고도 없어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 기상청과 함께 미세먼지를 예보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잇따라 오보를 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통' 수준으로 예보했지만 이날 오후 3시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급상승해 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9일과 10일에도 예보는 '나쁨'이었지만 실제로는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PM-2.5)도 10일 종로, 광진구 등 서울시 9개 구(區)에서 주의보 발령 수준의 짙은 농도를 보였지만, 시민들에 대한 경고 안내가 없었다. 10일 오후 6시 현재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종로구 94㎍, 광진구 92㎍, 노원구 83㎍ 등을 기록했다. 최고치는 '매우 나쁨' 수준인 113㎍까지 올랐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은 25㎍, 환경부 기준은 50㎍이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교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90㎍을 넘었다면 자동차 터널 속 공기만큼 나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흘 연속 '미세먼지 주의보'를 내리면서도 이보다 훨씬 유해한 초미세먼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 25개 구 전체의 평균 농도가 기준(2시간 이상 90㎍ 이상)을 넘어야만 서울시 차원에서 주의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작년 12월에 관련 법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별 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아무리 높아도 전체 평균이 함께 높아지지 않는 이상 서울시는 주의보 발령을 하지 않고 있다. 즉 종로나 광진구민들은 종일 독성 공기를 들이마시면서도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경고 알림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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