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항로변경前 이미 선체 손상 가능성.. 급선회하며 쏠림현상 겹친 듯

김지은기자 목포 입력 2014. 4. 18. 03:37 수정 2014. 4. 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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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원인' 전문가 분석암초 충돌 등 손상 있었다면 이미 침수 상태객실 증설 등 무게중심 높아진 것도 한 원인

21년 전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는 정원을 초과한 탑승객에 악천후 등이 겹쳐 생긴 참사지만 이런 악조건이 없었던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원인은 찾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암초 충돌과 내부의 폭발 의혹이 제기됐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되자 선박이 급선회할 때 무게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는 '외방경사'가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전 어떤 원인에선가 서서히 침수가 일어나다가 ▲조류가 거센 맹골수도를 운항하던 중 ▲급선회해 외방경사가 일어나 침몰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난 신고 6분 전 항로 급선회

17일 해양수산부의 선박모니터링 시스템(AIS)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16일 오전 항속 19노트(시속 35㎞)로 빠르게 운항하다 오전 8시 49분 급선회했다. 이 곳이 인천-제주 운항 선박들이 항로를 바꾸는 변침점(變針點)이기는 하지만, 파도나 장애물 등을 피하려는 듯 비정상적일 정도로 급격히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당시 파도가 잔잔했고 암초도 없는 지역이어서 왜 이렇게 갑자기 항로변경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세월호는 남동쪽으로 약 4분 동안 100m 운항하다 침몰이 시작됐다. 세월호는 오전 8시 55분 조난신고를 했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교수(해양운송시스템학부)는 "배에 화물을 실을 때 무게중심을 맞추지 않거나 화물을 단단히 고박(묶는 것)하지 않았다가 급회전 때 쏠림이 심해 전복에 이르렀을 수 있다"며 외방경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무게중심이 쏠려 차체가 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월호가 감속하지 않은 채 급선회하다 시속 8㎞의 빠른 유속에서 배가 기울어졌고, 화물이 쏠리는 바람에 외방경사를 부추겼다는 뜻이다.

선체손상 등 있었다면 외방경사 가능

6,825톤급 세월호는 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무겁고 크기 때문에 급선회해도 외방경사가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타기를 아무리 급하게 꺾어도 최소한 수백m를 원을 그리며 서서히 선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겹쳐 무게중심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배가 손상이 있는 상태로 항해에 나섰을 경우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부)는 "이미 배에 침수가 있었던 상태에서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침수가 진행된 상태에서 급격히 항로를 돌리다 침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언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세월호 좌현 쪽에 금이 간 것이 보인다"며 "미세한 손상이었다면 물이 서서히 들어찼을 테니 (선장 등이) 눈치채지 못하고 항해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해사수송과학부)도 "침몰 전에 배의 뒤 혹은 옆에 충격을 받아 파공(구멍)이 생긴 것 같다"며 "이미 침수가 일어난 후 침몰 위치에서 평형을 잃어 선내에 있던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한 듯하다" 고 추측했다. 배가 암초를 타고 넘어가듯 통과하다가 밑바닥(선저)이나 선미쪽이 살짝 긁혔을 경우 배 안에서는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어 손상 부위로 침수되는 줄 모르는 채 한동안 운항이 계속됐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침몰 지점 수심은 37m이고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해역에 뚜렷한 암초가 없다고 밝혔다"며 "조심스럽지만 급선회 지점에 오기 전 손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객실 증축으로 무게중심 높아졌나

세월호 3∼5층에 객실이 증설돼 무게중심이 원래보다 높아진 것도 침몰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세월호를 일본에서 수입한 뒤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을 늘렸다. 승선정원은 181명 추가된 921명으로 많아졌고 선박 무게도 239톤 증가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해사수송과학부)는 "배를 급격히 돌린다고 전복이 되지는 않는다"며 "구조 변경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갔다면 내ㆍ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가 뒤집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등록 검사를 맡았던 한국선급 관계자는 "객실 증설은 합법적인 공사였고, 점검 결과 운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등록 검사를 정상 통과했다"고 밝혔다.

침몰 원인을 쥐고 있는 세월호 선장 이모(69)씨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해경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이씨를 상대로 사고 원인과 당시 상황, 긴급 대피 매뉴얼 이행 여부, 선원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목포=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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