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10년] 가든파이브 이주 청계천 상인들 '절망'

심희정 기자 2015. 9. 3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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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임대료에 상권 활성화 안돼

“청계천 상인은 두 번 죽었다.”

29일 만난 안규호(64) 전 청계천 상인대표는 ‘청계천 복원 이후’를 묻자 대뜸 이렇게 응수했다. 그는 1988년부터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비디오를 팔았다. 비디오 시장이 호황이던 시절, 개당 4000원씩 받고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청계천 주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안씨의 삶은 180도 변했다. 서울시는 상가를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로 옮기면 30% 정도 싼 가격으로 임대·분양을 해주겠다고 했다. 부푼 마음으로 2010년 가든파이브에 입주했다. 전용면적 7평에 한 달 임대료는 150만원이었다. 미숫가루 등 선식과 잡화를 팔았지만 임대료 내기도 버거웠다. 결국 쫓기듯 가든파이브를 나왔다.

서울시는 2003년 청계천 상인 이주대책을 발표하면서 상인들에게 7평 정도의 상가를 7000만∼8000만원에 분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692억원이던 공사비용이 예상과 달리 1조3393억원으로 늘면서 분양가는 배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입주를 포기하는 상인들이 속출했다. 2007년 서울시는 청계천 상인 6만여명 중 이주 의사가 있는 6097명에게 특별분양 자격을 줬지만 실제로 계약한 상인은 1028명에 불과했다. 상권은 쉽게 활성화되지 않았고 상가를 임대한 상인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하나둘 쫓겨났다. 2015년 현재 직접 가든파이브에서 장사를 하는 청계천 상인은 100여명뿐이다.

지난 21일 찾은 가든파이브는 ‘두 개의 세상’을 보는 듯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선 곳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반면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한 지하층은 텅 비어 있었다. 빈 채로 방치된 상가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인 A씨는 “서울시에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상인들도 곧 쫓겨날 위기다. 특별임대 기간이 지난 1월로 끝나면서 돈을 더 주고 분양 또는 일반임대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가 막막한 상인들은 특별임대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인 B씨는 “우리를 내쫓은 서울시가 책임지고 상권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 있다가는 빚만 남기고 쫓겨날 판”이라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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