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쥐' 뉴트리아 10년 안에 사라질까
식용으로 들여와 생태계 파괴 대명사로…농작물 등 피해
낙동강 중·하류에 집중…환경부 "2023년까지 박멸"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흔히 '괴물쥐'라 불리는 뉴트리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뉴트리아를 세계 100대 악성침입 외래생물에 포함해 서식을 제한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중반 들어 낙동강을 중심으로 자연 정착이 이뤄지며 관련 피해 사례가 꾸준히 신고됐다.
이후 뉴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생태계교란 생물의 대명사가 됐다.
◇ '식용'으로 국내에 들어온 뉴트리아
뉴트리아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85년 7월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식용과 모피 등 목적으로 100마리를 수입했지만 추운 겨울 날씨와 사육기술 미흡으로 모두 폐사했다.
이후 1987년 불가리아에서 60마리를 재수입해 사육에 성공, 2001년에는 전국 470여개 농가에서 약 15만 마리가 길러질 정도로 그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모피 획득이 주요 목적이었던 다른 도입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식량 이용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쥐와 비슷한 겉모습과 돼지 등 주요 사육동물이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현실에서 뉴트리아 고기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뉴트리아 사육 규모는 계속 확대된 반면, 소비는 한정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일부 업자는 안정적 유통과 소비를 보장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계속 공급해 수급 불균형을 불러왔다.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판로가 막히자 사육을 포기하거나 내다버리는 농가가 점차 늘어났다.
이렇게 자연에 유입된 뉴트리아가 국내 기후에 적응하면서 생태계를 망치는 대표적인 외래유해종으로 자리 잡게 된다.
◇낙동강 중·하류에 90% 서식…전국 확산은 '기우'
남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수달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러나 앞발에 물갈퀴가 없고 22~42㎝에 달하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토끼와 비슷한 모양으로 앞니가 자란다.
설치류답게 번식 능력이 뛰어나 연중 번식이 가능하며 특히 늦겨울과 초여름에 번식이 활발하다.
식욕도 왕성해 서식지 근처 경작지의 벼나 보리, 과일 등을 먹어치워 농가에 피해를 준다.
식물 뿌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부위만 파먹고 나머지는 버려 썩어버리게 만든다.
게다가 둑이나 댐에 굴을 파 지반 침식과 침하를 불러오며 양식장에서는 어망이나 자망을 훼손하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뉴트리아가 확산되기 전 관리에 들어가 큰 피해가 보고된 적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해 경남에서 뉴트리아 피해 신고가 14건 접수되는 등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식 분포를 살펴보면 2014년 기준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제주, 충북 24개 행정지역에서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포를 보면 낙동강 중·하류에 90%가 모여있다. 기온이 따뜻하고 강 근처라 먹이가 풍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 있는 개체수는 8천700여마리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경남 창녕 우포늪이 처음으로 뉴트리아가 방사된 곳이며 이곳에 특히 더 많이 출몰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이성규 자연환경과 팀장은 "우포늪이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더 자주 목격된 것이지 뉴트리아가 처음 방사된 곳은 아니다"며 "타 지역에 방사된 뉴트리아는 대부분 폐사했으나 낙동강 인근에서는 환경에 빨리 적응해 개체수를 급격히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생식물만 풍부하다면 겨울철에 수면이 얼어붙어도 사는 게 가능해 일부 산지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뉴트리아 출몰이 목격된 지역은 과거 사육이 이루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국립생태원 송해룡 위해생물연구부장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뉴트리아 분포도 조사를 했으나 아직 전국 확산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뉴트리아 서식지 확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2023년까지 '완전 박멸' 목표
외국서도 뉴트리아 퇴치에 골머리를 앓았고 실패와 성공 사례가 알려져 있다.
영국은 1929년 모피를 목적으로 뉴트리아를 수입한 뒤 개체수가 급증하자 1977년 '뉴트리아 전략그룹((Coypu Strategy Group)'을 설립, 1981년부터 박멸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전에 포획한 뉴트리아 3만마리를 해부해 생식 방법 등을 연구하고, 박멸 예측 모델을 만드는 등 과학적 접근을 통해 1989년 뉴트리아 완전 박멸에 성공했다.
영국의 박멸 캠페인은 생물학자들과 중앙 컨트롤타워가 효과적으로 소통해 생태계 위해성이 높은 생물을 성공적으로 퇴치한 사례다.
반면에 이탈리아는 1928년 수입한 뉴트리아로 환경 피해가 막심해지자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뉴트리아 영구적 관리방안'을 실시했다.
이 기간 216만 유로를 투자했으나 피해액 1천163만유로만 남긴 채 뉴트리아 퇴치에 실패했다.
이탈리아의 영구적 관리방안은 뉴트리아 관리에서 대표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이미 전 국토에 뉴트리아가 퍼진 상황에서 '박멸'이 아닌 '관리'라는 강도 낮은 퇴치 정책을 실시해 개체수를 제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생물다양성 이용 및 보전에 따른 법률'에 따라 포유류 중 유일하게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이때부터 뉴트리아 개체수 조절을 위한 포획에 나섰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 총 1천119마리를 잡았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포획에 나서 1천135마리를 잡았다. 2013년에는 포획방법을 개선시켜 3천349마리를 잡았다.
환경부는 작년 6월 '뉴트리아 퇴치프로그램 실천계획(2014~2023)'을 수립해 본격적인 관리에 나섰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모든 뉴트리아 박멸을 목표로 환경부가 퇴치계획 전반을 조율하고 지방환경청이 현장 관리를 담당한다.
국립생태원은 과학에 기반을 둔 뉴트리아 관리 전략을 수립한다.
이에 발맞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광역수매제(2만원/마리)를 실시해 작년부터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포획 방법은 주로 트랩(덫)을 설치, 뉴트리아를 그곳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계획에 따라 작년에는 낙동강 일대에서 포획 전담인력 12명이 야간트랩 총 6만6천480개를 설치했다.
이 덕분에 작년 한 해 뉴트리아 7천869마리를 잡았다. 올해도 6천마리 정도 포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획된 개체 중 52%는 전담인력이, 48%는 시민이 잡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나 환경청에서 배치한 포획 인력만으로 뉴트리아 퇴치가 버거운 상황에서 민간 참여가 큰 힘이 된 것이다.
이성규 팀장은 "지자체·중앙과 협업해 지속적으로 광역수매제나 퇴치전담반을 운영할 계획이며 뉴트리아 생태 특성까지 연구하겠다"며 "영국처럼 박멸에 성공한 나라를 롤모델로 삼아 10년 안에 뉴트리아를 완전히 박멸하겠다"라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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