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vs 가덕도] ① 동남권 신공항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번 달 결론

허욱 기자 2016. 6. 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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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구상도 /조선일보DB
김해국제공항 / 네이버 지도 뷰어 캡처
네이버 지도 캡처

‘밀양이냐 가덕도냐?’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영남이 들썩이고 있다. 신공항 입지로 경남 밀양을 내세운 대구·경북과 부산 가덕도를 미는 부산시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격화되고 있다.

김해공항은 이용객이 매년 30%씩 폭증하고 있다. 수용 능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김해공항은 4년 뒤(2020년)에 포화 상태가 된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신공항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공감한다.

신공항 입지를 결정할 ‘키(Key)’는 현재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쥐고 있다. ADPi는 작년 6월부터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을 맡았다. 이달 말 공개될 컨설팅 결과에 따라 공항 입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밀양 vs 가덕도’...지리적 조건은?

대구·경북은 밀양의 최대 장점으로 영남권 주요 도시까지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경남의 ‘내륙도시’ 밀양은 대구·울산 등 경북 지역 주요도시 뿐 아니라 부산과도 근접해 있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반면, 밀양은 내륙도시이기 때문에 김해공항과 같은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고 소음 문제가 끊이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신공항으로 대체될 김해공항은 국내 공항 가운데 비행기 착륙이 어려운 대표적인 공항으로 꼽힌다.

한 항공 전문가는 “김해공항은 주변 산악 지형 때문에 바람이 불면 조종사들이 수동 착륙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결항도 잦은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밀양공항을 건설하더라도 주변 산봉우리를 깎는 대(大)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항 입지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음 민원도 걱정거리다. 대구공항(K2) 이전의 주요 이유 가운데는 소음 문제가 껴있다. 대구는 공항 소음 피해로 인한 인근 주민들과의 소송탓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부산은 가덕도야말로 소음 피해 없는 국제공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부권 대표 국제공항인 김해공항은 주변 소음 문제로 현재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운항 중이다.

밀양과는 반대로 주변 민가가 없어 24시간 운영 가능하다는 점이 가덕도의 최대 장점이다. 항공 수요 증가 추세에 따른 공항 확장도 유리한 편이다.

밀양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접근성은 가덕도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가덕도는 지나치게 부산에만 유리한 입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가덕도와 영남권 주요 도시의 접근성을 밀양과 비교할 경우 20~30분 더 소요될 뿐”이라고 전했다.

가덕도 공항 건립을 위해서는 영종도에 건설한 인천공항처럼 섬 매립 비용도 추가로 들고, 별도 교통망도 건설해야 한다.

◆ “경제적 효과도 고려해야”...양측 주장 ‘팽팽’

대구·경북은 동남권 신공항이 남부권역에 새로운 항공물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한다. 밀양 신공항은 대구 근처 구미 산업단지, 울산, 경남의 대규모 공단과의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는 입지상 영남권 전체를 위한 허브공항 역할을 수행하기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인천공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부산을 제외한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다른 지역이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는 데 좀 편하게 하려고 신공항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밀양 신공항은)영남권 5개 광역단체의 미래를 위한 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부산의 최대 강점인 항만도시 기능과 KTX를 통한 철도 연결, 여기에 항공 물류 기능을 더할 경우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단순히 해외 여행시 편의 문제 차원이 아니며, 가덕도에서 시작해, 남해안과 동해로 뻗어가는 물류 벨트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산의 ‘트라이포트(Tri port·공항+항만+철도가 결합한 물류거점)’ 역할 수행은 곧 대한민국 경제에 훈풍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중국 도시 여러곳,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동, 심지어 유럽에서까지 부산에 직항로 개설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통의 중심지 부산의 잠재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신공항 이번엔 반드시 정한다”...정치권은 ‘폭풍 전야’

김해공항은 2014년 이용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작년 한 해만 이용객이 20%이상 급증했다. 항공 수요 폭증에다 저가항공사의 신규 취항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2023년보다 3년 앞선 2020년에 김해공항이 과포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부산의 숙원 사업일 뿐 아니라 대구공항 때문에 오랫동안 속을 썩은 대구의 역점 과제다. 하지만 정치적 셈법과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얽혀 신공항 건설은 번번이 좌초됐다. 이번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도 정치권의 갈등은 계속 중이다.

정부는 더 이상 신공항 건설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국내에서의 자체 논의만으론 해법 도출이 불가능하다며, 해외에까지 컨설팅을 부탁했다. ADPi의 연구 결과에 정치권과 국토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5개 지자체의 합의로 ADPi에 신공항 입지 선정을 일임했다. 결론이 나면 신공항 입지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단계로 곧바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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